[책꽂이-레오나르도 다빈치]다빈치의 창의력 7,200쪽 노트에 숨어있었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아르테 펴냄


인류사 최고의 천재 가운데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7,2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노트를 남겼다. 페이지의 가장자리까지 꽉 채워진 노트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두서없이 남겨져 있다. 얼굴 그림, 기발한 기계 장치, 물의 소용돌이, 잠수함부터 해부학 스케치까지 어지럽게 남아있다. ‘딱따구리의 혀를 묘사하라’와 같은 자신에게 던지는 황당한 명령도 있다. 당시에 딱따구리 혀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그 외에 대체 누가 있었을까. 그만큼 다빈치는 순수하고 끝없는 호기심으로 진리를 추구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그는 과학과 예술, 철학 등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 체계를 강화할 수 있었다.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과 같은 걸작뿐 아니라 7,200쪽에 달하는 기록과 낙서를 통해 다빈치 창의력의 핵심을 알아내고자 했다. 현재 툴레인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아이작슨은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 CNN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리스트다.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등에 대한 전기를 써 명성을 얻기도 했다. 특히 잡스와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스티브 잡스가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작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전에 쓴 전기들의 핵심을 가장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다빈치이기 때문이다. 그 핵심이란 다양한 분야의 접점을 찾는 능력이 혁신, 창의성, 천재성의 열쇠라는 것이다”


물론 다빈치의 생애는 이미 잘 알려졌고 삶을 다룬 책도 무수하게 많다. 저자는 다빈치의 ‘천재성’보다 ‘인간 다빈치’에 주목하며 차별성을 꾀한다. 다빈치의 인간적인 면을 깊이 들여다볼 때 천재성이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빈치가 “별나고 강박적이고 장난기 많고 주의가 산만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의 탁월함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다.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아픔도 있었고 동성애자이자 채식주의자였다.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다 보니 종교적으로는 이단으로 몰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다빈치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노력을 통해 위대한 천재의 반열에 올랐다. 저자는 그가 선입견 없는 ‘아기 같은 눈’을 통해 진리에 접근한 혁신 아이콘임을 강조한다.

창의성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다. 실제로 다빈치는 혼자 작업하기보다는 늘 동료와 제자,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그 분야에 더 박식한 사람을 찾아 질문했다. 다빈치는 사람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의 소유자였기에 더 많은 이들과 활발하게 어울린 측면도 있다. 저자는 다빈치가 “재능뿐 아니라 멋진 외모, 근육질 몸매, 다정한 성격으로 유명”했고 “동시대를 살았던 저명한 지식인 수십 명의 편지에서 그가 소중하고 사랑받는 친구”라고 말한다.

책은 ‘레오나르도에게서 배우기’로 끝맺는다. 다빈치의 천재성을 다 따라잡을 수 없다 해도 그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닮기 위해 노력해볼 수 있다는 취지다. 저자는 ‘호기심을 가져라, 끝없는 호기심을’, ‘어린아이 같은 경이감을 유지하라’, ’닿지 않는 곳까지 손을 뻗어라’, ‘판타지에 빠져라’ 등을 꼽는다. 5만5,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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