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016880)그룹이 이미 지난해 웅진에너지(103130) 회사채 부도 위험을 알고도 이를 외면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웅진에너지에 물려 있는 개인투자자의 채권 규모는 600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에너지의 업황이 나빠졌고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은 “지난 2016년에 10%의 현금만 받고 전환사채(CB)로 바꿔줬다. 웅진코웨이(021240)를 사는 데 막대한 자금을 쓰면서도 사실상 부도를 방치하는 회사의 행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1년 웅진에너지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웅진그룹의 법정관리(2015년) 이후에는 10%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90%는 주식이나 CB(2019년 말 만기)로 바꿨다.
29일 회계 업계와 투자자에 따르면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8월부터 약 1,135억원의 회사채 상환 불능 위기를 감지하고도 막지 못했다. 웅진에너지는 실적 악화로 자본잠식률이 40% 이상이었고 회사채 중 개인이 투자한 603억원의 만기가 2019년 12월19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웅진에너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감자 후 웅진홀딩스 주도의 증자를 그룹에 건의했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에 주력하느라 웅진에너지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며 거부했다.
더욱이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웅진에너지의 1년 이내 만기 차입금 1,000억원을 갚아야 적정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웅진그룹은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한영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냈고 회사채는 조기상환 요건에 빠졌다. 웅진에너지 회사채 중 4회·5회차 CB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로 약 603억원의 원리금이 남아 있다. 한 투자자는 “집 나간 큰아들(코웨이)을 데리고 오기 위해 막내아들(웅진에너지)을 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웅진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2014년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이상 지원했다”면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은 중국의 정책적 지원으로 대기업도 철수할 만큼 업황이 나빠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태양광 패널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투자해도 살아나기 힘든 구조였다는 얘기다.
다만 회사채 투자자 역시 2011년 투자 당시 등급이 BBB+로 손실 가능성을 인지했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BW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책임’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웅진에너지는 이날 신광수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신종진 전 대전공장장을 선임했다. 또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제4회 CB의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 평가했다. /임세원·조윤희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