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오른쪽)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8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감사원이 이날 회계 기록 부정 혐의를 들며 과이도 의장에 대해 15년간 선출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한 가운데, 과이도 의장은 감사원의 조치를 일축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극도의 인플레이션과 생활필수품 부족 등 경제난 속에 정국 혼란까지 겹친 베네수엘라가 국민 4명 중 1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28일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24%, 즉 700만명은 긴급한 원조와 보호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상이라고 밝혔다.
수도 카라카스의 3개 대학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의 94%가 빈곤 상태에 놓여있고 60%는 ‘극빈’ 상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의 영양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37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로, 이는 2010∼2012년의 3배에 해당한다고 유엔은 분석했다. 5세 이하의 어린이 가운데 22%는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깨끗한 식수 공급 부족으로 결핵이나 디프테리아(어린이 전염병)·홍역·말라리아·A형 간염 등 예방이 가능한 질병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경제 상황의 위축과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국민은 보건과 의료, 예방 접종, 식수, 전기, 교육, 식량 등을 포함한 기초적인 공공 서비스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난국 속에서 매일 5,000명이 고국을 등져, 전체 인구의 약 10%인 340만명은 이웃 국가로 이민했거나 피난민 신세로 지내고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베네수엘라 의사도 3분의 1인 2만2,000명이 이민을 간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신장 투석이나 파킨슨병,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의 치료나 약을 받지 못하는 30만명이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고됐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는 정치 이슈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임시 대통령임을 자처하고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대치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를 지원하는 미국 측이 보낸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최근 거부했다. 이러한 가운데 카라카스를 포함한 전국 곳곳에 대규모 정전이 잇따라 식량과 식수 공급이 심각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