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지표 반짝상승에 정부 '개선'오판…동행·선행지수 9개월째 뚝

■2월 생산·투자·소비 '트리플 감소'
全산업생산 1.9% 줄어…5년11개월만에 최대 하락폭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 머물며 2016년 이후 최저
소비도 조정국면…"자칫하면 GDP 2% 초반까지 추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상점에 점포정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 2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5%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1.7%)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생산·소비·투자 등 3개 산업활동 지표가 ‘트리플 증가’를 기록하자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공식 경기판단 자료인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주요 산업활동 및 경제 심리 관련 지표들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긍정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평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1월 산업활동 지표가 개선된 것은 2월 초 설 명절 수요가 앞당겨지면서 나타난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 경기 개선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산업활동동향’ 내용을 뜯어보면 정부의 당시 경기 판단이 섣불렀던 것은 물론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과 투자 부진의 골이 깊어가고 있고 소비마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월 산업지표가 일시적으로 개선된 후 떨어지는 폭이 더 커졌다”면서 “오히려 경기 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계열)이 1.9% 줄었다. 2013년 3월 2.1% 줄어든 후 5년11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생산이 이처럼 크게 악화한 것은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한 광공업생산이 2.6% 감소한 영향이 크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으로 완성차 수출이 줄었고 자동차 부품의 국내 수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제조업 재고가 화학·자동차 업종에서 늘면서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실적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2%에 머물렀다. 2016년 10월 71% 이후 가장 낮다. 김 과장은 “자동차 등의 생산이 감소한 영향으로 가동률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산업생산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서비스업생산(-1.1%), 건설업(-4.6%), 공공행정(-3%)도 동반 하락했다.

정부의 강력한 민간투자 활성화 의지도 빛을 보지 못했다. 기업들의 투자활동 정도를 알 수 있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4% 급감했다. 2013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투자 부진에 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들이 포함돼 있는 특수산업용 기계류 투자가 전월 대비 11.5% 감소했고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도 7.1%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설비투자는 26.9% 뚝 떨어졌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28.9% 쪼그라든 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장비 하나가 조(兆) 단위에 이르는 대표 산업군에서 투자를 꺼리면서 전체 설비투자가 급감한 것이다. 김 과장은 “최근 몇 년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단행된 후 새로운 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지표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의 시공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4.6%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지표상으로는 좋은데 (언론이) 소비가 계속 안 되는 것처럼 일관되게 보도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소비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통계청 진단이 나왔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 이 지표는 지난해 3월 1.4% 증가한 후 매달 마이너스(-) 또는 0%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2월에는 특히 승용차·가구 같은 1년 이상 사용하는 고가 상품을 의미하는 내구재 소비가 0.9% 줄며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식음료나 주유 등 비내구재 소비도 1.8% 줄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내구재 소비는 경기에 굉장히 민감한 특성이 있다”면서 “경기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김 과장은 “설 명절 효과를 배제한 1~2월 누계 소비는 1.2% 늘어났다”면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하며 11개월 연속 하락했고 미래 경기를 알 수 있는 선행지수는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내림세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9개월 동반 하락하는 것은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주 실장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되살려야 한다”면서 “자칫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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