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인천 연수구 경원루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 앞서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센트럴파크 전망을 둘러보며 활짝 웃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서울·제주를 제외한 광역시 가운데 한 곳을 ‘글로벌 관광도시’로 선정해 콘텐츠 발굴과 마케팅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연간 해외 관광객 2,300만명을 유치하는 한편 96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부는 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오후 인천 송도 경원재에서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관광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정부 들어 세 번째 국가관광전략회의로 문 대통령이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에게 호의적인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 확대, 우리 문화와 기술이 관광 잠재력”이라며 “우리나라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린다면 관광수지 흑자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인천광역시 송도 경원루에서 열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관광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관광전략의 두 가지 축은 ‘관광객 분산’과 ‘시장 다변화’다. 우선 정부는 해외 관광객이 서울·제주·부산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글로벌 관광도시’를 새로 발굴해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광역시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선정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들어가는 항공·크루즈 노선이 확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유민박 사업 등과 관련한 규제 완화도 검토할 것”이라며 “지원 규모는 약 2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광 인프라를 보유한 기초지방자치단체 4곳도 ‘관광 거점 도시’로 선정해 각종 지원책을 펴기로 했다.
정부는 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출신 지역을 다변화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13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의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단체 비자 제도를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단체 비자 발급 대상지인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전자비자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5년 동안 무제한으로 한국을 찾을 수 있는 중국의 복수비자 대상 지역은 소득 상위 4개 도시에서 13개 도시로 확대한다.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도 내놓았다. 우선 남북의 아픈 역사가 서린 비무장지대(DMZ)를 ‘평화 관광지’로 육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그동안 통행이 금지된 구역인 DMZ를 국민들이 직접 걸어볼 수 있도록 민통선 이북 지역과 철거 감시초소(GP)를 잇는 ‘평화의 길 10선’을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 활동이 관광인 만큼, 국내 여행에 대한 근로자 휴가비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저소득층 문화누리카드 지원금 확대를 통해 관광이 국민 쉼표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가 2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이 10만원을 적립하고 정부가 10만원을 지원해 총 40만원 상당의 국내 여행 적립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관광벤처사업 공모를 통한 사업화 자금 지원 규모를 현재 기업당 2,250만원에서 최대 5,000원만으로 늘리고 ‘관광기업육성펀드’ 규모도 최대 2,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관광 창업 초기 기업 1,000개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정교한 대안 없이 목표만 너무 높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로 여행 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는데도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알맹이 없는 정책만 부랴부랴 나열한 인상이 짙다는 것이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관광객을 분산하고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은 맞다”면서도 “정부 스스로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의 구체성은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최근의 관광객 추이를 고려하면 목표치를 높여 잡은 게 사실”이라며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