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낙동강을 끼고 있는 서부산권 4개 구청장과 함께 서부산 대개조 비전을 발표했다./사진제공=부산시
“대규모 개발 사업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큰 그림을 통해 서부산권을 아시아의 물류허브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5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新) 낙동강 시대를 열기 위한 서부산 대개조 비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정명희 북구청장, 김태석 사하구청장, 노기태 강서구청장, 김대근 사상구청장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서부산권 4개 구청장도 함께했다.
오 시장은 먼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경제권이 만나는 낙동강권역을 국제물류허브로 발전시켜 싱가포르, 상해, 부산을 잇는 아시아 물류 네트워크(Triangle Network)를 구축해야 한다”며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과 경남이 함께 동북아 물류플랫폼을 구축해 동북아 해양수도의 기초를 다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강서구와 김해 일원에 3,300만㎡ 규모의 무관세·무규제의 ‘국제 자유물류도시’를 조성하고 철도, 항만, 공항 기능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을 비롯해 첨단 자동화물운송 시스템을 갖춘 물류복합터미널을 구축하는 내용 등이 거론됐다. 이렇게 되면 국제자유물류도시에는 아마존, 알리바바, Fedex와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을 앵커기업으로 유치하고 기존 서부산권의 산업단지는 물론 경남 김해, 양산, 거제, 창원과 울산지역의 제조시설과 연계한 동남경제권이 세계최고 수준의 생산과 물류의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연구개발특구 사업은 강서개발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봤다. 10년 이상 추진해오다 실패한 대저신도시를 재추진함으로써 명지, 에코델타시티, 대저로 연결되는 강서지역의 세 지역거점을 조성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특구 사업은 기존 강동동에서 대저동으로 변경해서 대저역세권 개발을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으며 2022년 사업에 들어가 2027년 완공이 목표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가 공공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GB해제 신청을 반려한 서부산권 복합산업유통단지 조성사업은 부산도시공사를 전격적으로 참여시켜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인 에코델타시티는 2023년까지 친수형 자연생태도시인 미래형 첨단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부산시는 2022년에 세계 최초의 첨단스마트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상~해운대간 지하고속도로 건설과 경부철도지하화 등 부산대개조를 통한 도시공간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토대로 서부산권의 도시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오 시장은 “서부산대개조의 궁극적 목표는 서부산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교통난과 대기오염, 문화공간부족으로 생활여건이 열악하고 지역불균형이 심화한 지역인 강동권 북구, 사상, 사하지역은 기능을 재편하고 강서개발의 이익이 공유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부산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경부선 철도를 들어내고 북구(덕천·구포), 사상구(괘법·감전·엄궁), 사하구(신평·장림)의 거점지역을 연결해 낙동강 강동권 첨단 도시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북구 구포·덕천지역은 ‘구포생태문화도시’로 조성한다. 구포역은 도시철도 2, 3호선이 만나는 덕천으로 옮기고 구포역 철도부지와 인근 지역은 수변공원, 감동진나루터 등을 연계해 구포생태문화밸리로 단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부선과 도시철도가 만나는 덕천역과 구포시장 일원은 중심상권으로 발전시켜 서부산권의 문화·상업중심지역으로 만들 계획이다.
300만㎡의 대규모 도심공단인 사상공단은 2023년까지 국·시비 1,600억원을 투입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2,500억원을 들여 행정복합타운을 건립한다. 향후 사상스마트시티 특별회계 5,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해 2030까지 공장이전과 업종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센텀의 3배, 구로 디지털밸리 1.5배 규모의 첨단산업단지로 재생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존 사상역 철도부지(13만㎡)와 도시철도 2, 5호선, 사상-김해 경전철, 부전-마산 복선전철, 사상 시외버스터미널 등 5개 교통망을 연계한 통합개발을 통해 서부산권의 핵심 상업지역으로 만든다. 주례구치소 이전은 시민 의견 수렴과 법무부 협의를 거쳐 최적의 안을 조속히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단지 혁신화 사업으로 추진 중인 사하구 신평·장림 공단은 사상에 이은 제2의 도심형 스마트산업단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거제~가덕~사하~원도심에 이르는 부산고 경남 해양축의 중심에 위치한 사하는 낙동강문화와 해양문화자원을 함께 보유한 지역이어서 수변 관광 진흥을 위한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서부산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교통문제는 동부산, 서부산, 원도심간 접근성 개선과 서부산권내에서의 순환교통체계 확충으로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올해 정부의 부산신항∼김해간고속도로 예타 면제와 사상-해운대 간 지하고속도로 민자 적격성 조사대상 포함에 따라 서부산권의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또 을숙도대교∼장림고개 간 지하차도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2020년 명지에서 북항까지 이어지는 동서2축도로가 완성된다. 낙동강 델타 물류허브와 북항을 연결하는 동서3축도로는 엄궁대교에 3,700억원을, 승학터널에 5,100억원을 투자해 각각 2024년, 2027년까지 완공한다. 이를 통해 원도심과 서부산권의 물류 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상~하단선(지하철 5호선) 건설을2021년까지 완료하고 하단~녹산선 도시철도 건설에 1조원을, 대저~명지 간 트램 건설에 5,200억원을 투자해 조기에 착공하는 등 향후 증가하는 서부산권의 교통 수요에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오 시장은 “남해안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잇는 사상-해운대 간 지하고속도로가 건설되고 만덕-센텀 간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명지에서 광안대교로 이어지는 해안순환도로가 결합하면 동부산, 서부산, 원도심을 포함한 중부산간의 접근성이 30분대로 당겨지고 동쪽으로 포항·울산, 서쪽으로는 거제·통영·광양까지 동·남해 광역경제권 형성이 촉진될 것”이라 말했다.
오 시장은 “동·서간 삶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서부산권에도 수준 높은 의료, 교육·문화, 여가서비스 등을 확충할 것”이라 밝혔다. 에코델타시티에 대학병원을 유치하고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부산권의 의료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랭커스터대학교는 올해 착공해 2021년에 개교하고 미국의 K-12과정을 올해 안으로 유치 협의를 마치는 등 명지국제신도시 글로벌 캠퍼스도 조속히 조성할 방침이다. 동·서 문화 불균형을 해소 차원에서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와 부산도서관문화공원, 덕포체육공원을 조성하고 강서체육공원에 축구전용 경기장을 건립한다. 아울러 대표적인 한류이벤트로 성장하고 있는 원아시아 페스티벌을 서부산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낙동강권의 가장 큰 자산이 자연자원이라고 본 부산시는 낙동강권 생태자원을 보존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낙동강과 낙동정맥의 생태계를 회복, 보전하고 그 속에서 자연과 친화된 삶 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서부산대개조의 철학”이라며 “개발과 보전의 조화라는 원칙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자연유산원을 유치하고 부산생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며 승학산, 엄광산 일원에는 530만㎡ 규모의 부산산림융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낙동강뿐만 아니라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낙동강과 생태공원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행교 등도 설치한다. 오 시장은 “낙동강 생태계의 보전과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시민단체, 전문가들과의 숙의 과정을 거쳐 별도로 추진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부산은 남북협력시대에 해양과 대륙을 잇는 동북아 거점지역으로 부산뿐만 아니라 부·울·경 동남권 지역의 동반성장,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한 핵심지역”이라며 “앞으로 서부산이 동북아 생산·물류 거점이자 최상의 정주여건을 갖춘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