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노동자상 공론화하자" 제안

15일 오전 노동자상 반환을 외치며 오거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 등이 이를 막는 직원들과 뒤섞여 있다./조원진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기습 철거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15일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 12일 진행된 노동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대해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와 관계자분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위원회의 활동은 단순히 법적·행정적 잣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형물 설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인근 지역에 고정작업이 계획됨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의 의무도 불가피했다”며 “무엇보다 대집행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사고의 위험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기를 전격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면서 최소한 5월 1일 노동절 이전까지 노동자상의 안정적 위치가 결정될 수 있는 일정으로 추진할 것과 시의회 등 시민이 동의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진 기관 또는 단체를 위원회에서 지정해 공론화 추진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공론화의 방식이나 내용은 온전히 기구에 위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오전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 등 100여 명은 시청 앞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 강탈규탄 기자회견 및 부산시장 항의면담’ 집회를 열었다. 이후 노동자상 반환을 외치며 청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를 막는 시청 직원들과 충돌했다. 청사에 들어간 몇몇 조합원 등은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시장실로 갔지만 경찰과 직원 등에 막혔다. 이후 이들은 시청 로비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오후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노동자상은 지난해 5월1일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다 못해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임시 설치된 상태였다. 시는 철거한 노동자상을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겼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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