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된 특검보고서 편집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이 드러나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로는 처음으로 탄핵절차 개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진보성향이 강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도 이에 동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공에 나섰다.
20일 AP통신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워런 상원의원은 특검보고서가 나온 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미래의 대통령이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허가해주는 것”이라며 “선출직 의원은 헌법상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는 탄핵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탄핵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론은 민주당 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는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당내 또 다른 초선의원인 라시다 탈리브가 제출한 탄핵결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며 의회에서 처음으로 탄핵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도 탄핵 의사를 재확인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탄핵의 득실을 따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특검보고서 발표 이후인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역대 최저인 37%로 곤두박질쳤지만 ‘탄핵 찬성’은 40%로 여전히 탄핵 반대 의견(42%)을 밑돈다. 블룸버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조사에 점점 더 싫증을 내고 있으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수개월 동안 탄핵에 반대해왔다”며 “탄핵은 민주당의 2020년 대선 때 핵심 입법안인 총기규제와 건강보험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당내 요구를 무시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블룸버그는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와 탈리브(미시간) 지역구가 민주당의 텃밭이어서 지도부가 탄핵요구를 신중하게 다루게 될 것”이라며 펠로시 의장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석했다.
일단 민주당 차원에서는 탄핵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채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CNN은 “민주당이 뮬러 보고서에서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 대통령의 재정 문제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민주당 주도의 하원 정보위원회가 대통령의 재정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외국의 이해관계에 타협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검은 2016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의 공모 및 이와 관련한 사법방해 의혹을 주로 다뤘기 때문에 세금과 금융 문제는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특검에 협조한 인사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측의 보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특검에 메모 등 개인기록을 제출한 백악관 참모는 10여명에 달한다. 특검보고서에는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의 비서실장이었던 애니 도널드슨 등이 제출한 메모가 최소 160차례 나온다. 맥갠 전 고문과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특검에 협조했다. WP는 “특검에 개인적 기록을 제출한 참모들은 보복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맥갠 전 고문이 몸담은 존스데이로펌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선거운동본부 자문역에서 해촉됐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맥갠 전 고문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