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허진기자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추진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방식과 속도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진보 지식인 사이에서 제기됐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밑거름인 공정경제를 위해 부동산 정책의 강도를 높이고 각종 규제개혁도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으로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혁·진보 성향 지식인들의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등이 2일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임기 2년째에 좌초됐다”며 “기회는 더욱 불평등해지고 과정은 더욱 불공정해지고 결과는 더욱 정의에서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진단의 원인으로 약한 강도의 부동산 규제를 꼽았다. 그는 “성장을 하려면 양극화가 해소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지대추구 방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현 종부세 개편안을 즉시 폐기하고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재벌이 없애기를 원하는 규제는 사실 국민경제에 꼭 필요한 규제”라며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을’의 입장에서 규제개혁을 해서 공정경제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한 축인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초점을 맞춘 규제개혁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껏 한국 산업경제는 오로지 재벌·대기업의 투자에만 의존해왔다”며 “4차 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신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정부는 재벌 대기업을 통한 신속한 방편만을 추구해온 나머지 기업들이 요구하는 포괄적인 규제 완화에만 국정목표를 맞췄고 그 결과 경제 집중현상이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이나 중소기업단체·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을 통한 협업과 중소기업들 간의 경쟁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양극화 해소가 중대한 당면과제인 것은 맞지만 다소 성급하게 최저임금 하나로 여러 목표를 해결하려다 자충수를 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또한 “가계의 소득을 높여 민간소비를 되살리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오로지 최저임금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가계의 소득 증대를 위해 근로장려금(EITC), 노령빈곤층에 대한 기초연금 확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에 맞춰 열린 연속토론회의 두 번째 회차다. 총 세 번 이뤄질 토론회의 첫 회차는 지난달 19일에 열린 바 있다. 다음 회차 토론회는 오는 24일에 열릴 예정이다./허진기자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