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계룡대 사정권...방어도 어려워...중·러 뒷배 믿고 사드 흔들기

■북한판 ‘이스칸데르’ 쏜 이유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연합뉴스

북한의 지난 4일 전술유도무기(미사일) 발사를 군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 및 전개 훈련을 겨냥해 이번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단 북한 매체들의 보도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3일 거의 전 매체를 동원해 주한미군의 사드 관련 훈련이 ‘어렵게 조성된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깨는 군사적 도발’이며 ‘북한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 공갈’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주한미군이 평택기지에서 비활성화탄을 발사대에 장착하는 훈련을 실시한 시기는 지난달 15~20일. 발표 일자는 더 늦은 24일이다. 주한미군의 공식 발표 직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던 북한은 10일이 지나서야 대대적인 비판에 나섰다. 그리고 하루 뒤 원산에서 미사일을 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 사드 문제는 북핵과 달리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4일 쏜 발사체는 우리 정부가 ‘전술유도무기’라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장거리·중거리 미사일은 아니다”라며 일단 신중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분명하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북한판인 KN-02 개량형과 300㎜, 240㎜ 방사포는 공격받을 경우 1대1 대응조차 쉽지 않은 무기체계다.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동일한 궤도를 보이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최고 고도에 도달한 뒤 낙하 단계에서 불규칙하게 비행해 요격이 어렵다. 이스칸데르와 외형이 비슷한 우리 군의 현무2B 미사일도 이 같은 종말편심비행 기능을 갖고 있다. 북한이 새로 선보인 KN-02 개량형에도 이 기능이 달렸다면 사드는 물론 중고도 요격용인 패트리엇 및 철매2 미사일도 요격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북한의 발사체는 방향만 동해상 동북쪽일 뿐 10여발의 사거리를 감안할 때 아시아 최대 미군기지인 평택과 한국군 지휘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위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군의 한 관계자는 “미사일과 방사포의 복합 운용에 대한 대응수단은 첨단 레이더 등 감시자산을 확충하고 철매2 미사일 등을 개량하는 방법이 있으나 적지 않은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수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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