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9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희조기자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공관병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박찬주(60) 전 육군 대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의 결정을 규탄하며 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군인권센터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철저히 박찬주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봤다”며 “다음 주 초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수사한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은 지난달 26일 박 전 대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당시 박 전 대장의 지시를 직권남용이나 가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관병에게 호출용 손목시계를 채워 수시로 호출하거나 모과 100개를 손질해 모과청을 만들라고 하는 등 가혹한 지시를 일삼은 혐의를 받아왔다. 이러한 지시로 피해를 입은 병사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검찰의 주장대로 법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해도 공관병들은 박찬주의 지시에 의해 근무 시간 중에 직무와 관계없는 일을 한 것인데 이는 ‘강요’에 해당한다”며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검찰이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임 소장은 “검찰은 ‘일부 인원이 괜찮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갑질이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거나 ‘자살 시도는 피해자가 15살 때 앓은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다’는 등을 무혐의 논리로 제시했다”며 “이는 법리를 교묘하게 적용해 (박 전 대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재항고를 하고, 그래도 수용이 안 된다면 법원에 재정 신청까지 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은 권력 있는 자가 권력 없는 자를 등에 업고 악행을 저지른,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이날 “공관병 갑질 박찬주를 기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등록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