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쓰레기'로 몸살…말레이시아, 반송 결정

美·英·日·사우디 등 10개국
폐기물 유입량 최대 3,300톤

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슬랑고르의 포트클랑항에서 직원들이 밀반입된 폐플라스틱이 가득 담긴 컨테이너를 열고 있다. /슬랑고르=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으로 밀반입된 최대 3,300톤 규모의 쓰레기를 일본·영국·캐나다·미국 등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중국이 지난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에서 밀려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나온 강경 조치다.

2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과학기술·환경·기후변화장관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클랑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로 채워진 컨테이너를 공개했다. 그는 일본·영국·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호주·미국·중국·방글라데시 등 10개국에서 반입된 컨테이너 10개 분량의 쓰레기 약 450톤을 2주 안에 배출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현재 외국 폐기물이 실린 컨테이너 50개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반환되는 쓰레기 규모는 3,000톤이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달에도 불법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 5개를 스페인에 돌려보낸 바 있다.


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슬랑고르의 포트클랑항에서 선진국으로부터 밀반입된 폐플라스틱 쓰레기가 미디어에 공개됐다. /슬랑고르=블룸버그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선진국발 폐플라스틱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7월 10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유입된 폐플라스틱은 45만6,000톤으로 지난 2017년 연간 유입량 31만6,600톤에 비해 확연히 늘었다. 요 장관은 지난해 중국이 폐플라스틱, 분류하지 않은 폐지, 폐금속 수입 금지를 발표한 후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 됐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는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각국에서도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유해 폐기물을 재활용쓰레기로 속여 자국에 반입하는 정황이 파악되자 폐기물 수입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도 캐나다가 유독성 폐기물을 수년째 가져가지 않자 ‘전쟁’까지 거론하며 조속한 회수를 요구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달 초 2013~2014년 필리핀에 밀반입된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 69개를 되가져가기로 합의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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