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산안법 하위법령 입법 예고가 끝나는 3일까지 도급승인의 대상에 컨베이어 벨트 작업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도급승인에 고 김용균 씨의 업종까지 빠진다”며 “전부 도급승인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도에 따라서 차등을 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도급승인 범위 확대는 민주노총과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은 대상이 위험 물질 관련 작업으로 제한된 것은 너무 협소하다며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9일 금속노조는 “동일업무에서 반복적 산재사망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작업은 도급 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대상이 컨베이어 벨트 작업으로 이른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주장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지나친 요구”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망사고가 났다고 해서 컨베이어벨트에 스크린도어 등 각종 위험작업을 포함하라고 하는데 한도 끝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고용부도 산재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도급 승인을 받더라도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산재는 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컨베이어벨트는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화력발전소 외에도 식품·물류업 등 각종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어 산안법 하위법령이 규정하는 대로 각종 서류와 현장 심사를 통과해야 할 경우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법 전문가는 “산안법 개정안에서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한 것도 강력한 국가 개입”이라며 “도급 규제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면 법이 사적 계약 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노동계가 ‘정규직화’를 위해 산재를 지나치게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급 승인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은 하도급을 꺼리고 결국 직고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는 도급제도의 순기능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총 관계자는 “단순 인력 도급은 지양해야겠지만 전문성이 있는 수급인이 오면 안전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결국 산재 예방을 위해 원·하청의 문제가 아닌 안전 그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정규직도 정규직도 산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전체적 안전에 대한 본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