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강 대표는 올해 초 지역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매장 구성에 필요한 직접적인 정보를 팝업 매장을 통해 미리 인지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 강남점 8층에 차려진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이태리 가구 브랜드 피졸로 공동 품평회. 이 자리에 참여한 롯데백화점의 한 지역 MD(상품기획자)는 “앞으로도 더 자주 이런 자리를 만들어 많은 정보를 습득해 지역에 최적화된 상품기획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됐으며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품평회는 수도권, 영남, 호남 등 5개 지역장에서 모인 9명의 MD가 참여해 피졸로 입점 여부를 정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나눴다.
올 초 지역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며 조직 개편을 단행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의 실험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신규 브랜드 입점이 서울 본사에서 상품을 발굴해 지역에 제안하는 ‘톱다운’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지역 MD가 먼저 제안해 위로 올라오는 ‘바텀업’ 방식도 가능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품평회는 강 대표가 조직개편을 한 후 이뤄진 첫 실험무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신속한 의사 결정과 트렌드 세터 역할을 강조해 온 강 대표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향식 입점으로는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소득 수준,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른 만큼 서울 본점에서 제안해 지역 백화점에 입점한다고 해도 성공 여부를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5개 지역본부 체제를 도입해 각 본부장에게 운영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조직 개편의 핵심 내용이다. 지역장이 매장 개편과 MD부터 예산, 마케팅, 인사까지 모든 권한을 갖는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피졸로 공동품평회를 시작으로 이달 초까지 프리츠한센, USM,허먼밀러 등 다양한 가구 브랜드의 지역 입점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본부와 지역 MD가 참여하는 품평회를 잇따라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이 첫 품평회로 가구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프리미엄 가구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가구 매출은 올해 초부터 4월까지 10%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상반기부터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을 시작으로 총 6번의 팝업스토어를 연 피졸로는 올 상반기에만 100억 매출을 달성했다. 피졸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브랜딩부터 제품디자인까지 직접 맡은 라이프스타일 가구브랜드다.
지난달 30일 롯데백화점 강남점 8층에 차려진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공동 품평회에서 롯데백화점 본점·지역 MD들이 피졸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박성규기자
본점서 발굴하는 상품뿐 아니라 지역서 역으로 제안해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은 조직개편 이후 부산화장품협회장과 만남을 가진 후 3월 품평회를 진행했고, 5월에는 부산 본점에 부산 화장품 기업 14개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편집매장 ‘B-beauty shop’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지역 브랜드 화장품 매장 운영으로 부산지역의 화장품 인지도를 확장하고 신뢰성 확보를 통한 수출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브랜드 발굴에서 행사까지 평소 대비 30% 이상 시간을 단축시키기도 했다.
호남충청지역 MD는 전국 3대 닭강정으로 알려진 익산 ‘예스닭강정’을 발굴해 전주백화점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진행했다. 이준호 호남충청지역 FB 치프바이어는 “지역점포에서 행사를 준비할 때 걸리는 시간이 지역장 조직이 생기기 전에는 3개월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한 달 정도로 대폭 개선됐다”며 “책임과 결정권한이 있는 지역 MD가 매주 각 점과의 소통을 통해 각 점에서 필요로 하는 상황과 그 지역 트렌드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경쟁력이 더욱 확보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4월 기준 업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 가까이 줄고 있는 등 침체기에 빠진 백화점 업황이 조직개편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재철 롯데백화점 가전가구팀장은 “조직 개편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지역에 맞게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역으로 지역서 제안한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도 있게 됐다”며 “서울과 지역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