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증권 프라이빗에쿼티(PE)를 운용사(GP)로 한 4,000억원 안팎 규모의 코파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파펀드는 전략적투자자(SI)가 해외투자에 나설 경우 국민연금이 1대1 매칭 방식으로 출자해주는 펀드를 말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4,000억원을 출자하면 SK그룹이 동일한 금액에 대해 공동투자 약정을 맺어 총 8,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구조로 운용된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재직 때인 2011년부터 지금까지 CJ·포스코·SK·롯데 등의 기업이 코파펀드를 조성해 해외투자에 나섰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총 3개의 코파펀드에 1조원 규모의 출자금액을 책정해놓았다. 이미 현대백화점그룹이 3,000억원 규모를 출자 받기로 해 SK그룹은 남은 7,000억원에서 4,000억원가량을 출자 받을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펀드 조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6,000억원보다는 크겠지만 1조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12면으로 계속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
빈·마산그룹에 이미 10억달러 ‘베팅’… 베트남 투자 속도 내나
국영기업 지분 확보위한 포석으로 쓰일 듯
SK그룹은 지난해 8월 ‘SK동남아투자주식회사’를 설립해 베트남에만 9억7,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첫 번째 투자는 베트남 재계 2위인 마산그룹(4억7,000만달러, 한화 약 5,300억원)이었다. 이어 올해 들어서는 국내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베트남 재계 1위인 빈그룹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6.1%를 확보했다. SK가 투입한 금액만도 5억달러가량에 이른다. 남은 2억달러는 코파펀드를 통해, 3억달러는 사모펀드(PEF)인 IMM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SK가 베트남 민영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향후 있을 국영기업 민영화 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에 정통한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에서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경우 국내 기업에 지분을 주기로 결정을 했다”며 “민영기업의 지분 확보는 향후 쏟아질 국영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관심이 높다. 베트남은 2017년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국영기업 137곳을 상장하는 방식으로 개혁하겠다는 행동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지난해 초까지 SK그룹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베트남(PV)과 국영선사인 비나라인의 지분 인수를 검토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영기업의 주식을 국내 기업에 주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해 민영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우회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베트남 투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만났다. 5일부터는 팜녓브엉 빈그룹회장과 응우옌꽝 마산그룹 회장과 연이어 회동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투자로 빈·마산그룹의 신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한 만큼 국민연금의 출자액 중 남은 금액과 SK의 매칭금액을 합한 4,000억원 가량의 금액이 어디에 쓰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2015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던 코파펀드가 SK그룹과 손잡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또한 IB 업계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