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반도체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수요는 축소되는 가운데 초과 생산으로 재고가 쌓이며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클라우드·휴대폰 등의 사이클 하락으로 최종 수요는 줄고 재고는 쌓이고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해왔던 클라우드 서버 업체들이 무역분쟁으로 투자에 소극적이고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휴대폰용 D램 수요 역시 중국 업체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생산은 이를 앞서고 있어 재고가 갈수록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D램의 경우 8~9주, 낸드플래시는 약 9주간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재고 기간은 5주였다. 모건스탠리는 “D램 수요 증가는 15%인 데 반해 생산량은 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말까지 재고가 줄어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3·4분기에도 두자릿수의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디램익스체인에 따르면 6월 8GB D램 모듈 가격이 3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현재 스팟 가격이 연초 대비 40% 하락하며 3.91달러를 기록 중인데 이는 계약 가격보다 약 4% 낮은 수준이다.
낸드플래시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전망이다. D램보다 재고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4분기에도 20% 이상 떨어졌으나 3·4분기에도 두자릿수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1테라바이트(TB) SSD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25조1,990억원에서 12.4% 내린 22조70억원으로 예측했다. 주당순이익 전망도 2,935원에서 2,399원으로 18.3% 하향 조정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기존 4만원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 5조3,630억원에서 1조8,920억원으로 64.7%나 깎았다. 목표주가도 기존 7만원에서 6만1,000원으로 대폭 내렸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