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8월 대학 시간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속속 강사 공개채용에 나서고 있다. 대학원생들이 그간 요구해온 박사학위 신규취득자 등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임용할당제가 처음 도입됐지만, 시행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바람에 할당 인원이 극소수에 그치거나 아예 임용할당제를 실시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아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정책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이달 10일부터 단과대별로 2019학년도 1차 강사 채용을 시작했다. 이번 공채에서 강사 1,122명을 임용할 예정이다. 서울대가 지난달 제정한 ‘서울대 강사 임용 규정’에는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원대상 및 심사기준의 일부를 달리 정해 강사로 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세부 기준은 개별 대학과 대학원에 맡겼다. 이에 따라 임용할당제 시행은 단과대·학과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강사 채용을 하는 단과대 21곳 중 임용할당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곳은 인문대, 미대 등 7곳에 그쳤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문 후속세대 임용할당제는 단과대와 학과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임용할당제 채용 규모는 채용 결과가 나와야 집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A씨는 “학문 후속세대 재생산을 위해 임용할당제가 도입됐지만, 대학 자율로 되면서 단과대나 학과가 임용할당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제어할 장치가 없어졌다”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참담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이 도입 초기라 향후 1∼2년간은 임용할당제 문제를 두고 혼란이 있을 것 같다”며 “현재 수준보다 임용할당제 적용 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대학본부 앞에서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수업 구조조정을 규탄하며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강사 채용을 시작한 다른 대학도 단과대나 학과별로 임용할당제 적용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에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용할당제 채용 규모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학문 후속세대를 우대한다’ 정도로 공고한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교육부가 임용할당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취지 자체는 임용할당제 시행을 권고한 것”이라며 “학과별로 채용 규모가 다르더라도 최소한 모든 학과가 임용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용할당제 도입은 기존 강사와 신진 학자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학문 후속세대 재생산 기회를 확보하자는 취지”라며 “자체 판단으로 신진 학자들에 대한 강의 기회를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공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대학원생들이 요구해온 ‘박사학위 신규취득자 등 학문 후속세대 임용할당제’를 도입하면서 ‘할당률’은 정하지 않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강사제도 운용 매뉴얼은 “기준을 따로 설정해 박사학위 신규취득자 등에 대한 임용할당제를 운용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 기준·방법은 정관이나 학칙에 규정하라고 설명했다.
/황민아 인턴기자 noma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