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 무역담판] 트럼프 “美기업, 화웨이와 거래 가능…'당분간' 추가관세 중단 및 협상재개 합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무역담판을 벌이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29일 추가관세 등 상호 보복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고 그동안 멈췄던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도 당분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마지막 날인 이날 가진 양국 무역담판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의 잠정 중단과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당분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들(중국)은 우리의 농산품을 구매할 것”이라며 “중국이 구매했으면 하는 제품 리스트를 중국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장비를 판매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는 장비들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은 이날 미중 관계 발전 문제, 무역 갈등, 국제 및 지역 관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협력과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이 평등과 상호존중 기초 아래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양국 실무진들이 향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G20 기간의 무역담판에서는 ‘90일 휴전’을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언급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관세 부과 연기에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이날 회담을 시작하면서 “중미 수교 40년을 돌아보면 국제 정세와 양국관계가 큰 변화가 있었지만 하나의 기본 사실은 변함없다”면서 “그게 바로 중미 양국은 합하면 서로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를 해치는 법이며 협력은 갈등, 대화는 대항보다 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공정한 무역협상을 해낸다면 그것은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불공정한 제도·관행의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역 측면에서 (양측이) 동등해지기 위해 몇 가지를 해보고 싶은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공정한 무역협상)에 완전히 열려 있으며 중국도 완전히 열려 있음을 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첨단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는 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 수출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불공정한 무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로써 미국의 고율 관세가 전체 중국산 수입품으로 확대되고 무역전쟁이 전면화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하게 됐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고율 관세를 주고 받는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하고 고위급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이 불공정 제도·관행의 재발 방지책과 관련한 합의 사항을 중국 법률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국이 강력히 반발, 고위급 협상은 지난달 10일 결렬됐다.

이날 ‘휴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고치는 등 확실한 승리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공산당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굴욕적인 양보 방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시 주석의 입장은 여전히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무역담판도 여전히 이러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이날 결론은 말그대로 잠정적인 ‘쉼표’일 뿐 이른 시일 안에 무역협상의 타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 및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미국 등에서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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