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 /사진=SBS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범행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검은 3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고씨가 지난 5월 25일 미리 구매한 수면제인 졸피뎀을 카레라이스와 음료수 등에 넣어 전 남편 강씨(36)가 먹게 한 뒤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거로 고씨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은 강씨의 혈액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씨는 제주 입도 전날인 5월 17일 충북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아 병원 인근 약국에서 구매했다. 고씨보다 덩치가 압도적으로 큰 강씨가 제압된 이유는 졸피뎀 때문으로 추측된다.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고유정이 범행 후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행을 저지른 시각이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로 추정하는 이유는 고유정이 휴대전화에 남긴 사진 3장 때문이다. 고씨는 셔터음이 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당일 오후 8시 10분에 촬영된 사진에는 범행시간으로 보이는 벽걸이 시계와 오른쪽 하단에 강씨의 신발 등이 함께 찍혔다.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작은 가방)가 놓여 있다.
범행을 한 뒤 고씨가 제주에서 완도행 배에 탑승하고 있던 5월 28일 오후 8시 54분경 찍은 사진에는 여객선 5층 갑판에서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여행용 가방이 나오기도 했다. 오후 9시 29분부터 43분까지 주변을 살피면서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봉투 여러개를 5분간 버렸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사진과 관련된 질문을 했으나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는 현 남편의 진술이 있다”며 해당 사진 3장을 유의미한 증거로 특정했다고 전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지난 3월 2일 사망하기 전날에도 고씨가 현 남편에게 카레라이스를 먹였다. 이를 두고 검찰은 졸피뎀이 체내에 얼마 동안 잔류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재감정을 의뢰했다.
한편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