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4일 밤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관계당국이 합동감식에 나선 가운데 철거공사 전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예비신부 이모(29)씨의 아버지는 안전대책 미비의 책임을 물어 철거업체 등에 형사소송을 예고했다.
5일 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무너진 잠원동 건물에 대한 철거심의는 1차 때 부결됐지만 재심의 때 조건부 승인됐다. 서초구청은 1차 심의에서 지하구조물 철거 관련 지반 보강대책이 없어 부결을 결정했다. 철거업체는 해당 문제점을 보강해 재심의를 신청했고 서초구청은 △충분한 지지대 설치 △철거 잔재물의 당일 제거 등 6개 조건을 달고 승인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구청의 안전조치를 철거업체가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면 철거 건물이 붕괴해도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전조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차량을 덮쳤다”며 “해당 건물에는 얇은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고 안전지지대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역시 부실한 안전관리를 문제 삼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오전에 방문해서 해당 건물 철거를 1차 반려했다고 말했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책임자가 확인을 했는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구청에도 “1차 심의에서 반려됐다면 공사를 못 하게 해야지 왜 확인을 안 했느냐고 따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방당국 등은 이날 건물 붕괴사고 현장을 합동감식했다. 관계당국은 철거작업 중 가설 지지대 또는 지상 1~2층 기둥과 보가 손상이 건물 붕괴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서초구는 건축법 제28조 등에 따라 건축주와 시공업체, 감리자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일괄 고발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번 붕괴사고 원인이 공사업체의 현장 안전조치 미흡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합동감식 결과를 분석한 뒤 과실이 입증되면 공사 관계자를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