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0차 전원회의에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사용자·공익위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막바지에 접어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둘러싼 노사의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이 지난달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안이 부결된 데 항의해 전원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이번엔 근로자위원들이 경영계의 4.2% 삭감안 제시에 반발하며 전원 불참하면서 파행이 재현됐다. 반면 경영계는 삭감 안의 재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끝까지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노사 모두 1차 수정안조차 내지 않았지만 양측의 논쟁이 치열하다 보니 올해도 공익위원 안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정부세종청사 내 전원회의실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속개했지만 근로자위원 9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용자위원 측이 지난주 회의에서 최초 제시 안으로 전년대비 4.2% 삭감된 8,000원을 내놓은 데 따른 항의의 성격이었다. 근로자위원들이 올해 열린 최저임금위 회의에 불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사용자위원들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2일 열린 전원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병기 및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가 사용자 측의 요구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에 반발한 게 이유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삭감안을 철회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수정안을 우선 제출해야 한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사용자위원들의 최초 제시안에 대해 “도무지 어떠한 성의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안”이라며 “550만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모욕이고 최저임금제도의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경제가 국가부도상태에 놓인 것도 아님에도 물가 인상과 경제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의 안하무인 협상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용자위원들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집하는 한 합리적 대화와 결정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따로 모여 앞으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반대로 경영계는 최초 제시한 삭감안의 철회는 없다고 재확인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재계 3단체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민 끝에 내놓은 숫자로 (현재는) 재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너무 과도하게 인상돼 기업의 부담이 어느 정도 소화되지 않고서는 앞으로 가기 힘든 것이 경영계의 현실”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박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에 대해서도 “함께 우리 경제 수준에서 정답과 근사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하며 숫자를 가지고 경제를 평가하면 적정 수준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사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최저임금위가 오는 11일까지 사흘 연속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최종 결정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노사 간 견해 차가 큰데다 근로자위원의 불참까지 겹쳐 시간이 모자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의 의결 이후에도 다음 달 5일까지 완료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의 최종 고시를 앞두고 이의 제기 등 절차에 적어도 20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적어도 11일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 수준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누차 말한 일정에 차질 없도록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준호기자 박성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