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유 관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상품들이 2일 하루 동안 10%가량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이 6,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DLS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각각 10.50%, 10.18% 급락했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9.80% 떨어지며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대신 WTI원유 선물 ETN(H), 신한 WTI원유 선물 ETN(H) 등도 5%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KODEX WTI원유선물(H)과 TIGER원유선물Enhanced ETF도 각각 5.14%와 4.82%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국제유가가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 전일 미국 WTI 9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7.9% 하락한 배럴당 53.9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4년 새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영국 브렌트유 선물의 경우도 6% 넘게 하락해 60.67달러까지 내렸다.
높은 수익률로 최근 뭉칫돈이 몰린 원유 DLS의 경우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WTI를 기초로 발행된 원유 DLS는 5,760억원에 달하고 브렌트유 기준도 5,030억원이 넘는다. 원유 DLS의 경우 2015년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크게 손실을 봤던 경험이 있다.
반대로 유가 하락 시 수익이 발생하는 인버스 상품들은 상승했다. ETF인 TIGER원유선물인버스(H)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각각 4.91%와 4.61% 올랐다. 신한 인버스 WTI원유 선물 ETN은 4.69% 올랐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해당 상품들에 대한 영향이 지속될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구경희 KB증권 연구원은 “WTI 유가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추가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유가 약세에 기반영돼 있고 미국의 대중국 원유 수출 부진이 전체 원유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