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INSIDE] 이노션, 호주 광고사 전액 현금으로 인수...군침만 흘린 기관투자자들

올해 몇 없는 대기업 크로스보더 딜
“FI 유치·차입 계획 전혀 없어”
인수금 전액 현금 지급 예정


현대차(005380)그룹 광고사 이노션(214320)월드와이드가 호주 광고회사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국내 2위 광고회사가 오랜만에 성사시킨 대형 인수합병(M&A)딜을 두고 시장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인수 대금 전액을 현금보유액으로 지급하기로 해 기관투자자들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5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이노션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는 호주 광고대행사 웰컴그룹 지분 85% 인수를 위한 자금 1,836억원을 모두 보유 현금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는 이노션이 진행한 최대 규모 M&A이자 상장 이후 두 번째 해외 기업 인수다. 이노션은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미국 광고회사인 ‘데이비드&골리앗(D&G)’을 783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웰컴그룹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 전략,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고객사는 테스코, ANZ은행, 루이비통, 로레알 등이 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부족했던 디지털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미주 지역에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노션이 차입 없이 전액 보유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노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위해 전액 내부 현금을 사용할 계획이며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차입을 일으킬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요 대기업이 인수 후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PEF)와 같은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담보물을 기반으로 금융권을 통해 인수금융을 받는다. SK(034730)그룹의 경우 베트남 빈 그룹과 마산그룹 지분 투자를 위해 IMM인베스트먼트를 투자 파트너로 선택해 국내 연기금이 투자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자리를 열어준 바 있다.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금융비용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이노션은 현대차그룹의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2005년 설립 이래 무차입 경영을 지속할만큼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 사업의 특성상 운전자본부담 및 투자부담이 적어 우수한 현금흐름이 유지된다. 올 1·4분기 연결기준 이노션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7,5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시가총액(1조4,300억원)의 52%에 달하는 규모다. 이노션의 지난 3년 평균 순이익은 820억원 규모를 보였다.

2015년 유가증권상장으로 1,338억원의 현금까지 유입되면서 보유 현금 규모는 더욱 풍부해졌지만, 이에 걸맞는 대형 투자는 진행하지 않았다. 상장 당시 이노션은 3년내 해외 M&A와 JV 및 법인 설립 등을 위해 자금을 소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소진한 공모자금은 412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 참여에 목마른 국내 기관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정성이 확보되는 현대차그룹의 인수합병(M&A) 딜인데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아웃바운드 딜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올 상반기 대기업이 진행했던 아웃바운드 딜은 △CJ제일제당의 쉬완스컴퍼니 인수 △KCC-원익QnC-SJL파트너스의 모멘티브퍼포먼스머터리얼 인수 △SK그룹의 베트남 빈그룹(Vin Group) 투자 정도뿐이었다.

한편 이노션은 웰컴그룹의 최대주주 시드콤사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 지분 15%도 추가 인수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노션은 이번 거래 종료 후 5~7년 사이 해당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웰컴그룹 역시 2022년부터 7.5%의 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후 잔여 지분에 대한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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