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란문화재단
연습은 한국어로 번역된 대본을 바탕으로 아르튀르 노지시엘(Arthur Nauzyciel) 연출과 두 배우들, 그리고 번역가가 함께 토론과 리딩 거듭 진행하여, 대사들의 정확한 의미와 상황, 감정에 대해 세심하게 짚어가는 단계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두 배우가 극중 인물에 더 가깝고 명확하게 그 감정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리허설을 진행하며 공연 안에서의 ‘소리’와 ‘현준’으로 탄생되었다. (본 작품에서는 극중 인물의 이름으로 두 배우의 이름을 직접 사용한다.)
무대는 특별한 장치 없이 공연장의 모든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함께 작업해온 연출과 여배우이자,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일과 생활이 얽혀 있는 두 사람의 관계처럼 무대는 연습실과 공연장 간의 구별이 모호하다. 현실과 허구, 일과 사랑.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섞여 버린 두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공연장이 아닌 그들의 사적 공간으로 들어와서 은밀한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문장이 되고 문장들은 어떠한 방해물도 없이 텅 빈 무대를 가로질러 상대에게 전진하며, 서로를 조준하고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서로를 향한 냉혹한 단어들이 쌓아가는 운율과 리듬만이 무대를 채워간다.
연출 아르튀르 노지시엘(Arthur Nauzyciel )은 문소리와 지현준 두 배우와의 새로운 작업에 대하여 “그들은 매우 개성이 강하고 재능이 넘치는 배우들이다. 그들은 늘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험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배우들이다. 이 둘이 훌륭한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 자신한다” 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랑이 끝난 순간, 서로에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남녀의 순간을 담은 연극 <사랑의 끝>은 남녀 각각 약 5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독백과 움직임, 그리고 이들 사이의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파격적인 구성의 작품이다. 남녀 각각의 독백은 사실 서로간의 대화이며, 서로의 말을 듣는 것이기도 하다. 본 작품은 헤어짐이 얼마나 힘들고,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주며,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남녀간의 이별의 과정이 아닌, 이별을 이야기하는 순간을 담은 공연으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순간이지만 굉장히 보편적이며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특별하고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희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