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연구원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쓰이는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램시마SC’의 유럽 시장 진출에 사실상 성공했다. 램시마SC는 정맥주사 제형인 기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맵)’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량한 것으로 특허출원을 완료한 셀트리온이 오는 2038년까지 인플릭시맵 피하주사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이 기간까지 10조원가량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셀트리온은 23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램시마SC에 대한 ‘판매승인 권고’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EMA에 램시마SC 시판허가를 신청한 지 10개월 만이다. CHMP는 의약품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토대로 EMA에 시판 허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로, CHMP의 권고가 나오면 통상 2~3개월 안에 EMA가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램시마SC는 내년 상반기 중 유럽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셀트리온의 램시마SC가 시판허가 신청 10개월 만에 CHMP로부터 판매승인 권고를 획득한 비결에는 회사 측의 수요자 맞춤형 연구개발(R&D)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이 2009년 개발에 성공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는 존슨앤존슨의 오리지널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레미케이드는 애브비 ‘휴미라’, 화이자 ‘엔브렐’과 함께 글로벌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이다. 휴미라와 엔브렐은 피하주사형으로 개발됐지만 레미케이드는 정맥주사형밖에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셀트리온 제품개발본부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5개국에서 램시마의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하던 지난 2015년 2월 램시마SC의 상업화를 결정하고 제형 변경 개발에 돌입했다. 인플릭시맵 시장에도 SC제형이 필요하다는 유럽 의료계 수요에 비춰볼 때 기존 램시마의 치료 효과를 갖추고 2주에 1회 자가투여가 가능해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린 램시마SC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은 2015년 9월 SC제형 공정개발을 완료한 후 2016년부터 여러 차례의 임상에 돌입한 끝에 지난해 11월 29일 드디어 유럽의약품청(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바이오시밀러 역사에 첫 제형 변경이라는 새로운 길을 연 것이다. 셀트리온은 EMA 등 현지 허가 당국과의 사전 소통을 통해 향후 허가의 진행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임상을 진행해 온 것도 임상이 순항한 비결이라고 전했다.
물론 셀트리온이 램시마SC 시판이란 대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은 SC제형의 시장성과 확장성을 미리 내다보고 R&D를 진두 지휘한 서정진(사진)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선구안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와 관련해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130여개국에서 특허출원을 완료한 상태로, 셀트리온은 2038년까지 인플릭시맵 피하주사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또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45조원에 달하는 종양괴사인사(TNF-α)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정진 회장은 “램시마SC는 의사가 기다리는 약이며 경쟁 제품이 없는 신약으로 10조원 이상 판매가 가능하다”며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셀트리온 제품의 해외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SC의 EMA 최종 승인 후 유럽 주요 5개 국가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 약가 등재를 곧바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SC의 직접판매를 위해 현재까지 유럽 14개 국가에 법인 또는 지점 설립을 완료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 전역에 의약품 유통 및 마케팅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