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공 많은 '소재·부품 지원' 산으로 갈라

당정청이 26일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할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많은 기업이 원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평가법(화평법)의 규제 완화 조치를 비롯해 입지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서의 특례 조치가 포함됐다.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테스트베드, 특화단지 등 산업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로써 일본이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워 수출규제에 나선 뒤 더욱 다급해진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문제는 실천이다. 당장 야당이 특별법 개정안에 끼워 넣은 상임위원회 보고 조항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야당 의원 10명은 앞서 자체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의 들어 있다. 수십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이 막대한 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살펴보겠다는 생각이다. 당정은 기본계획부터 야당에 휘둘릴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 특별법에는 거의 모든 부처의 규제를 푸는 특혜가 들어 있고 또 맞물려 있다. 이는 반대로 부처 간 이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을 경우 원스톱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세액공제와 지방세 감면 등에 대해 특별법은 ‘할 수 있다’는 식이어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지원대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 산업현장에서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서둘러 진행하고 있으며 그만큼 정부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상임위 보고조항 하나 때문에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거나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부처 간 알력 등으로 지원 효과가 반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본의 느닷없는 불화수소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다른 조달처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지원대책을 더 세심히 다듬어 바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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