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 상황. /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왔던 무기수 이춘재(56) 씨가 경찰에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9건 말고도 또 다른 5건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아울러 이씨는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도 털어놨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총 10건의 화성사건 중 모방 범죄로 판명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의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이에 더해 또 다른 5건의 범죄 및 30여 건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자백했다. 다만 경찰은 이씨가 오래전 기억에 의존해 자백한 만큼 당시 수사자료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춘재가 털어놨다는 범죄는 화성사건이 발생한 1986년 9월∼1991년 4월을 전후한 시기 화성 일대에서 3건,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처제를 살해한 1994년 1월 이전까지 청주 일대에서 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여죄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사건으로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직전 발생한 화성연쇄성폭행사건이 꼽힌다. 범행 수법 등으로 미뤄볼 때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시기적, 지리적으로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난 2011년 한국경찰학회보에 발표한 ‘연쇄살인사건에 있어서 범인상 추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화성지역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1986년 2월부터 같은 해 7월 중순까지 5개월 사이에 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7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범인은 한적한 논길·야산주변을 지나던 여성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손으로 입을 막고 흉기로 옆구리 등을 찌르며 위협했다. 그는 피해 여성을 수십∼수백m 끌고 가 성폭행하고, 범행 중에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고 한다. 범행 후에는 가방을 뒤져 돈을 강탈하고, 특히 옷이나 스타킹으로 양손을 결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오 교수는 당시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당시 범인은 165㎝ 정도의 키에 20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주 사건의 경우 당시 언론 보도로 확인할 수 있는 살인 미제 사건들이 이 씨의 범죄로 의심되고 있다. 이 씨는 30세가 되던 1993년 4월 아내의 고향인 충북 청주로 이사했다. 그는 1994년 1월 처가 2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가출한 데 대한 보복으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둔기로 수차례 때려 살해했다. 이 씨는 이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 받아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다.
그런데 1993년 11월 청주의 한 주택에서 잠자던 20대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둔기로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씨의 청주 이사부터 처제 성폭행 살해 사건 사이 시기다. 범행에서 둔기를 사용한 점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차이가 있지만, 이 사건 2달 뒤 이 씨가 벌인 처제 살해 사건 당시에는 둔기가 사용됐다. 사건의 범인 검거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