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 /히라노 트위터 캡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말하려면 한국 대법원 판결문부터 읽어봐야 합니다.”
일본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사진)가 한일 갈등과 관련해 자국 언론과 국민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판결문부터 읽어보라고 일갈했다. 히라노는 지난 1999년 일본 문학계에서 최고 권위의 신인상으로 평가받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다. 수상작인 소설 ‘일식’을 비롯해 ‘마티네의 끝에서’ ‘결괴’ 등 20여편은 한글로도 출판돼 한국에도 많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히라노는 11일 아사히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혐한을 조성하고 있는 일본 방송과 주간지 보도에 대해 “한국 문제가 제기되면 (일본) 언론들은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추기고 증오와 적의를 표출하고 있다”며 “몹시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도 읽지 않은 듯한 (방송) 출연자들에게 코멘트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먼저 모두 판결문을 읽어봐야 한다. 그것을 읽으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라노는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기술을 습득할 것을 기대하고 모집에 참여했다가 위험도가 높은 노동환경에 놓인 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면 맞기도 했다. 비참하다”고 말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이춘식씨의 인터뷰를 읽고 강제징용의 문제를 생생하게 느꼈다고 말한 그는 “낯선 땅에서 가혹한 노동을 당하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동자가 소중하다는 가치관이 있다면 징용 판결문을 읽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라노는 강제징용을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들(피해자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을) 한 명의 개인으로 주목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라노는 “한국 친구들이 많고 한국에 독자들도 있다. 한국인들과 많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혹은 일본인이라는) 카테고리를 뺀 채 사람의 인생을 보고 공감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갈수록 악화하는 한일 관계 속에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인터뷰 시리즈 ‘이웃사람’의 첫 순서로 히라노 작가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한일 갈등 상황의 쟁점을 소개하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