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추천했다는 이유로 서류전형까지 끝난 상태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면접 기회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코바코) 사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지원자는 최종 합격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원창(77) 전 코바코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 전 사장은 2012년 6월 고졸 인턴사원 지원 기간이 끝났으나 A군의 지원서를 받아 A군이 면접을 보게 한 혐의로 올해 6월 기소됐다.


조사 결과 그는 2011년 7월 코바코 사장 취임 후 알게 된 국회의원과의 친분을 유지하려 했고 해당 의원에게서 추천받은 사람을 인턴으로 채용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군은 해당 의원의 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의 아들로 이 전 사장이 “A군이 면접을 볼 수 있게 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판사는 “이 전 사장이 지원자 접수 및 서류전형이 끝난 사실을 알면서 사적 인맥을 통해 알게 된 A군을 면접 대상에 넣을 것을 지시했다”며 업무방해의 고의를 인정했다. 황 판사는 “코바코의 공개채용절차를 무시하고 자격에 미달하는 사람을 인턴으로 채용하도록 했다”며 “해당 인턴 직원은 별다른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 없이 정직원 채용 면접에 응시해 채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용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리는 행위”라며 “사회적 폐해가 매우 커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의 태도와 관련해 황 판사는 “이 전 사장은 채용 재량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 사건으로 인한 자신의 불명예만을 걱정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사장이 70대의 고령이고 한 차례 선거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외에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범행으로 개인적 이득을 얻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