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액·사모 롱숏·공모펀드 환매...'박스피' 돌파 발목잡는 수급 변수로

대차거래 잔액 70조 올들어 최대
사모펀드 순자산총액도 400조로 급증
지수 반등 때 공모펀드 순유출 등
차익 겨냥 전략 코스피 상승 막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할 모멘텀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 증시가 2,00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공매도, 사모펀드 롱쇼트 전략, 공모펀드 환매 등의 수급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기관투자가 등 ‘큰손’들이 ‘박스피(코스피지수가 일정 박스권에만 머물러 있는 것)’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에 따른 차익실현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특정 지수권 내에서 차익을 겨냥하는 투자전략이 수급 측면에서 박스권 국면을 고착시키는 변수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24%(5.04포인트) 오른 2,085.66을 기록했다. 최근 투자심리가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지난 22일부터 2,080선에 갇혀 좀처럼 박스권 상단(2,100포인트)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지수가 박스피 상단에 멈추면서 각종 수급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총 70조8,026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차거래란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공매도 등의 목적으로 다른 기관투자가에게 주식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대차거래 잔액은 ‘공매도 대기물량’으로 통하기도 한다. 즉 대차거래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모펀드의 ‘롱쇼트 전략’을 가늠하는 통계인 사모펀드 순자산총액 역시 올해 초 300조원에서 23일 400조원까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롱쇼트 전략이란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단기적으로 고평가된 주식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공모펀드의 환매 가능성 역시 부각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코스피지수의 반등세가 이어지던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국내 공모펀드는 하루도 빠짐없이 순유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도 18일부터 22일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공모펀드의 순유출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증시가 박스피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보니 이 같은 자금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각 기업의 실적이 바닥을 딛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 등의 이벤트가 온전히 해결되는 등 ‘돌파구’가 될 만한 이벤트가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3·4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어디가 상단인지’가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펀더멘털이 바닥에서 반등세로 돌기 직전인 가운데 대차거래, 공모펀드 환매, 사모펀드 롱쇼트 전략 등이 부가적으로 박스피 국면에서 자금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박스권을 노리는 공매도, 펀드 환매, 롱쇼트 전략 등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박스권을 전제로 한다면 결국 ‘주가가 왔다 갔다하는 것’에 베팅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롱쇼트, 공모펀드 환매 등은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롱쇼트나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기 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대차거래는 이자 부담이 낮아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어 금리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금리가 낮아지는 환경에서 대차거래를 통한 쇼트 거래 등 부가거래를 할 요소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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