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제11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가 그려진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검찰개혁법안의 국회 본회의 ‘자동부의’ 시점이 임박하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자동부의 시점(29일)이 적법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28일 정례회동에서 검찰개혁 법안 처리 여부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여야가 이를 두고 평행선을 걷고 있어 합의는 쉽지 않다. 한국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90일)를 거치지 않아 자동부의 시한이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4월30일) 이후 180일이 지난 만큼 자동부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법개혁법안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관 법안이라 90일 동안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동부의 시한을 29일로 보는 것은 불법·편법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자동부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법 제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에서는 ‘(법사위를 제외한) 각 위원회는 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대한 심사를 지정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끝내야 한다. 또 이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는 9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사위가 아닌 상임위는 자체 심사 이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가 자동부의의 필요충분요건이다. 반면 법사위 안건의 경우 체계·자구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검찰개혁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법사위인지, 사개특위인지를 두고 양당의 시각이 엇갈리면서 자동부의에 대한 법적 해석도 다르게 나오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 의장은 28일 협상 결과를 보고 본회의 부의를 통해 60일 이내 상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야 합의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장실 관계자는 “합의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종의 압박 차원으로 부의를 하려는 것”이라며 “부의가 아닌 상정을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데 일단 28일 여야 협상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동부의·상정이 결정되더라도 동시에 선거제 개혁을 두고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점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해 야권 의원 ‘표 결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수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당내는 물론 민주평화당 등 야당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우선 민평당·대안신당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 정당의 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역구 축소폭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구 축소에 다른 당내 의원 ‘이탈표’도 걱정해야 한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표결을 위한 표 계산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에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국당과의 협상 불발에 대비한 표 계산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현덕·하정연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