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최강자인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 설립으로 플랫폼 기반의 금융사업을 본격화한다. 내년부터 예적금 통장과 주식·보험, 신용카드, 대출 등 다양한 네이버만의 금융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까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5면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31일 3·4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페이 사내독립기업(CIC)을 계획대로 11월1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한다”며 “결제 규모 확대를 통해 금융사업의 기반을 키우고 동시에 미래에셋과 협업해 새 시장을 이끌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쇼핑·플레이스에서 일궈낸 성공사례를 재연해 금융상품 중개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로부터 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정확한 투자 규모와 지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월 1,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페이는 올해 3·4분기 결제액 4조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초대 대표를 맡은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기본적으로 커머스(상거래) 플랫폼 기반의 결제 서비스”라며 “내년에 네이버 통장을 출시해 금융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소액투자가 가능한 주식·보험상품과 신용카드·예적금 추천 서비스, 쇼핑 결제와 연계된 후불결제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필요한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금융상품의 단순중개가 아닌 개발 등 금융업 전반을 영위한다는 구상을 가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분사 이후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는 물론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작업도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경원·임진혁기자 nahere@sedaily.com
네이버, 필요한 금융 라이선스도 직접 취득…“혁신 금융플랫폼 진화할 것”
[‘네이버 통장’ 나온다]
포털 빅데이터·4조대 페이 정보 기반…미래에셋과 시너지
소액 주식투자서 보험·신용카드까지 금융전반 거래 추진
시중은행과 연합체제 구축 전망…손보사 M&A 가능성도
네이버는 예상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금융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측은 “필요한 금융업 라이선스도 직접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금융업을 영위하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월 1,000만명이 이용하는 네이버페이의 방대한 결제 정보와 국내 1위 검색 포털 네이버의 빅데이터가 금융과 만나면 어떤 수준의 서비스가 탄생할지 예단하기 힘들 정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혁신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31일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회의통화)을 통해 하루 뒤 출범하는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초대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맡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기본적으로 커머스(상거래) 플랫폼 기반 결제 서비스”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 최 대표가 “앞으로 2~3년 동안 금융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고 내년에 ‘네이버 통장’으로 금융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광범위한 금융 분야에 깃발을 꽂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내놓을 신규 상품으로는 적은 금액으로 쉽게 투자·가입할 수 있는 주식과 보험상품이 꼽힌다. 금융투자와 생명 등 다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미래에셋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만큼 해당 상품은 손쉽게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페이의 결제 기능을 활용해 후불 결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수료 취득이 가능한 신용카드와 예·적금 추천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가 앞서 “제3인터넷은행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직접 은행업에는 뛰어들 가능성은 적다. 다만 ‘네이버 통장’을 통해 은행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통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중은행과 제휴한 계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방대한 고객 기반을 갖춘 네이버와 당장에라도 제휴하고 싶다는 반응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스랑 제휴상품을 내놓은 시중은행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며 “은행으로서는 상품 판매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경쟁적으로 네이버와 손잡고 싶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단계적으로 다양한 금융업에 진출하며 필요에 따라 라이선스(허가)를 획득하거나 제휴를 통해 영토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직접 은행, 보험 상품 등을 제조·유통하려면 은행업·보험업 등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데 네이버에서 인가 관련 문의가 온 것은 없다”며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파트너인 미래에셋이나 제휴사 등을 통해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을지는 추후 사업이 구체화하는 것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금융업 진출에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치는 바탕에는 서비스 경쟁력과 빅데이터라는 ‘원투펀치’가 자리한다. 네이버페이는 기존 신용카드 사용이나 은행을 통한 결제를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을 활용해 ‘편리함’을 선사했다. 월 1,000만명에 달하는 이용기반과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결제액 4조원 돌파가 그 방증이다. 온라인을 넘어 ‘테이블 주문’ 등 오프라인 결제처 사업을 넓힐 수 있었던 데도 편의성이 주효했다. 네이버 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검색과 네이버페이의 결제정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강력한 무기다.
개인정보를 상업행위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3법 등이 시행되면 네이버는 이미 확보한 이용자 성향으로 최적의 금융상품을 제시할 수 있다. 기존 금융업이 마케팅과 고객 유치에 적잖은 노력을 쏟아온 점을 고려하면 손쉽게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쇼핑·플레이스에서 일궈낸 성공 사례를 재현해 금융상품 중개 프로세스를 개선할 것”이라며 “이용자는 다양한 혜택 속에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상품을 추천받아 구매하고 금융업체는 효율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혁신적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카카오와 삼성화재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만큼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유통 플랫폼 전쟁이 카카오와 네이버의 양강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와 연합체제를 구축할 보험사 후보가 벌써부터 거론될 정도다. 물론 저금리와 손해율 악화로 손보사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더케이손해보험 등 보험업 풀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 부담이 적은 인수 후보를 물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미래에셋의 지분 관계는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며 네이버파이낸셜의 분할 이후 가치평가가 종료된 후 투자 규모와 지분율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진혁·이지윤·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