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를 기록했다. 통계청과 정부는 0% 물가를 기록하는 요인으로 공급 및 정책적 요인을 여전히 지목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측 요인과 함께 저물가 기조 장기화 속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6(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같았다. 공식적으로는 보합이나 소수점 셋째 자리가 플러스여서 세부적인 방향은 플러스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0%대를 이어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0.038%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9월에는 -0.4%로 1965년 이후 사상 처음 공식적인 마이너스 물가가 나왔다.
정부는 당초 10월에도 기저효과로 인해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촉각을 세웠다. 10월에 물가가 보합을 보인 건 농산물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태풍으로 배추(66%), 열무(88.6%)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산물 하락세는 -7.5%로 전달(-13.8%)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서비스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올랐다. 석유류 외 공업제품은 10월에 전체 물가를 0.25%포인트 높여 9월(0.18%포인트)보다 기여도가 컸다.
소비자물가가 장기간 1%를 밑돈 건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연말께 물가 상승률이 0% 중반대로 회복되고 내년 초까지 마이너스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해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8%로 여전히 낮다.
저물가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석이 갈린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계속되는 저물가 현상에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부진 여파가 상당 부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저물가가 계속 진행되면 소비,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악화로 이어진다는 ‘디플레이션’ 경고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공급 요인이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드나 점점 수요 요인이 커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올해 들어 9개월 이상 경기가 침체 단계인데 반등이 불확실하다면 소비 등에 미치는 물가하방압력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와 통계청은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교육·보건부문 정부 정책과 집세 하락이 근원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국제유가 하락, 공공서비스를 포함한 정책요인 등에 따른 것”이라며 “서비스나 공업제품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수요부진이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