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일몰제로 사업 무산위기에 놓인 서울 세운지구의 운명이 이달 판가름날 전망이다. 세운지구에서 유일하게 정비사업 연장을 위한 주민 동의율을 달성한 세운 2구역이 사업 연장에 성공할지도 관심을 끈다.
3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정비구역 일몰제에 따라 세운지구 3~6구역에 대해 공람과 구의회 의견 청취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했다. 일몰제는 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주민 갈등을 줄이고 일몰 비용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했다. 8개 구역으로 이뤄진 세운지구는 서울주택도시(SH)공사가 사업을 진행 중인 4구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일몰 대상이다. 지난 2014년 3월 일괄적으로 구역을 지정했지만 이후 5년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아 지난 3월 정비구역 해제 대상이 됐다.
앞서 세운 2구역 주민들은 일몰 연장을 위한 주민 동의율 30% 이상을 달성해 서울시에 심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나머지 구역과 묶어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워 지금껏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3~6구역의 공람 결과도 제출하면서 서울시는 이달 도시재정비위원회에 세운지구의 일몰제 연장 여부를 상정할 예정이다. 도시재정비위원회는 통상 월 1회 개최하는 데 안건이 올라오는 대로 열린다.
위원회 심의에서 일몰 연장을 위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3구역과 5구역, 6-1·2·3·4구역은 도정법에 의해 정비구역에서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2구역이다. 토지주 3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비구역 연장을 신청하더라도 시·도지사의 판단에 따라 해제를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의사가 아닌, 서울시의 손에 의해 운명이 판가름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은평구 증산4구역이 주민들의 사업 의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직권으로 일몰제를 강행한 바 있다. 증산4구역은 2014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했지만, 2년 안에 조합설립 동의율인 75%를 채우지 못했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제 연장을 신청했으나 서울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진위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세운 2구역이 일몰제에서 기사회생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운지구가 속한 대부분 구역이 일몰제로 인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도시 계획과 경관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2구역 한 곳만 재개발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세운 3구역에 있는 을지면옥 등 노포에 대해 보존이냐 철거냐를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서울시는 연말까지 이 일대 재개발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는 이 일대 재개발에 대한 종합대책 용역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