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업이 대내·외 악재와 수입산의 거센 파고 속에 또 한 번 위기다. 하지만 농식품업은 국민 삶의 기본과 국가 안보의 초석으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끈질긴 연구개발로 농식품업 선진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장과 주인공들을 5회에 걸쳐 찾아 대한민국 농식품업의 힘을 복돋는다.
돼지우리에도 스마트 바람이 불고 있다.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확산으로 전국 양돈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스마트 축산’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보급되면서 축산업은 한 단계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김현태 교수가 경남 진주시 경상대 스마트팜 연구센터 내 축사 테스트베드에서 온·습도가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축사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사진제공=경상대
김현태 경상대 생물산업기계공학과 교수팀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최근 생체 및 환경정보 기반 스마트 축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올 해 과학기술부가 선정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우수 성과 100선에 포함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것은 스마트 돈사(豚舍) 관리 시스템이다. 사람이 일일이 땀 흘리며 축사를 관리하고, 노심초사하며 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첨단 센서가 알아서 체크 해준다. 심지어 돈사 내 악취도 감지할 수 있다.
단순히 축사 환경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고, 악취가 심하면 덜 나게도 해준다.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환기는 잘 되고 있는지, 사육하는 돼지의 운동량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축사 바닥 무게를 측정해 사육 돼지들의 배변량도 확인할 수 있다. 접촉하지 않고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ASF 같은 치명적 질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축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사람을 통하지 않고 첨단 시스템이 최적의 돼지 사육 환경을 만드는 만큼 생산성도 높아지고, 질병 감염 가능성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이 주도한 정보통신기술(ICT) 접목 ‘어미돼지 맞춤형 자동급이기’가 개발되기도 했다. 기존 수동급이기를 자동급이기로 대체함으로써 농가 수익성 개선이 실현됐다. 어미돼지 300마리를 기준으로 노동력 절감 수익은 연간 477만원, 사료 절약은 약 1,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스마트 축사 시스템이 미래 축산업의 기대주라면 지난 2015년 개발된 한국형 흑돼지 ‘우리흑돈’은 축산 분야 R&D가 결실을 본 대표적 사례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같은 수입 돼지고기가 프리미엄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우리흑돈은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수입산에 맞서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8년 연구 끝에 탄생한 우리흑돈은 출하 체중에 이르는 기간을 183일(기존 재래돼지는 230일)로 단축 시켰고, 한 번에 낳는 새끼도 6~8마리에서 9~10마리로 늘렸다. 지난해까지 3년 간 지리산 함양 흑돼지영농조합, 한마음농장 등 총 11곳에 기술이전을 해 적잖은 이전료 수입을 얻었을 뿐 아니라 사업화 지원을 받은 농가 매출은 같은 기간 38억 5,000만에 달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