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애니메이션 저작권, 개발 하청업체가 갖는다

공정위 15개 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
원청업체, 하청社 '인력 빼가기'도 금지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2M’ 이미지. 본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이미지 제공=엔씨소프트

앞으로 게임·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저작권은 원청업체가 아닌 실제 개발 작업을 수행한 수급 사업자(하청업체)가 갖게 된다. 원청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개발업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가져가는 관행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각종 사업 분야의 하도급 업체의 권익 증진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개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게임용 소프트웨어 개발, 애니메이션 제작, 동물용 의약품 제조 등 3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번 계약서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창작물의 지식재산권이 원칙적으로 개발 사업자에게 속하고 원청업체는 개발 과정에서 실제로 기여한 비율에 따라 지식재산권을 공동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게임 산업의 경우 부도나 파산 등 경영 위기에 내몰린 수급 업체가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청업체가 하도급 계약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수급 업체의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업계에 적용되는 계약서는 간접광고 수익을 원·수급 사업자가 협의해 사전에 정한 비율대로 나눠 갖도록 했다. 현재 간접광고로 발생하는 수익 배분에 관한 규정이 없어 원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산정하는 수익 배분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함이다.

공정위는 또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12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도 개정했다. 신규로 제정된 3개 업종을 포함해 15개 업종의 계약서는 공통으로 원청업체의 창작물 또는 제품 검사 결과에 대한 하청업체의 이의 신청 절차를 구체화하고 재검사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규정했다. 하청업체는 제품 검사에서 불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안에 서면으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원사업자는 10일 안에 재검사 결과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 재검사에 든 비용은 재검사 결과 합격한 경우는 원청업체가, 불합격한 경우는 하청업체가 부담한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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