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나와 아시아 정상들에게 한 팀으로서 콘텐츠 연합을 제안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이 아시아 정상들에게 한 ‘팀’으로서 콘텐츠 연합을 제안했다. 아시아만의 고유한 DNA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넷플릭스 같은 서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도 충분히 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나서 “한국은 미국·영국에 이은 세 번째 콘텐츠 수출국으로 ‘한류’가 아시아의 문화적 역량을 기반으로 한 만큼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치면 이를 뛰어넘는 ‘아시안 무브먼트’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사장은 미디어 산업에서 기술보다 ‘문화적 주체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짚으며 오랜 역사와 탄탄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아시아가 전 세계가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함께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아시아 전체가 기술 기반 혁신 역량에 아시아적 가치를 더해 하나의 팀이 되자는 의미로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제시했다. 자본 투자와 기술 협력, 제작 역량 교류·육성 등을 지원하는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국내 지상파와 SK텔레콤이 연합한 OTT ‘웨이브’를 아시아의 ‘웨이브’로 만들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박 사장은 “아시아 전체 250여개의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힘든 만큼 역량을 모으자”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세대(5G)의 성과도 아시아 정상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아이돌 공연 중 본인이 좋아하는 멤버만 골라 보는 ‘멀티뷰’와 드라마를 보며 인공지능(AI) ‘누구(NUGU)’를 통해 화면 속 제품을 쇼핑하는 모습 등을 선보였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클라우드 게임 등을 꼽으며 5G가 게임 산업과 시장의 규칙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슈퍼볼(프로미식축구 결승)’의 인기를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게임 대결)’이 넘어섰듯 게임이 미디어 장르의 하나로 OTT 서비스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사장이 아시아 콘텐츠 ‘팀’의 맞수로 꼽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연사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헤이스팅스 대표는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JTBC 등과 잇단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알리며 한국과 아시아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투자와 협업 의지를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남미 등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스크린에 더 다양한 문화가 반영되고 국가 간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스스로 아시아적 가치를 담아 지역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글로벌 OTT 간 치열한 다툼을 예고한 대목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세션 발제자로 나와 K팝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그는 “현대의 좋은 콘텐츠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할 만한 보편적인 것”이라며 “전 세계에 말을 걸고 전 세계에 그런 반응을 끌어내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초연결 시대에 아시아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문화 콘텐츠’를 주제로 콘텐츠 창작·확산·교육 등에 관해 아세안 각국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아시아 각국 정상,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 드라마·영화 제작사, 방송사, OTT 기업, 인터넷 플랫폼 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