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가운데)이 아버지(오른쪽), 캐디와 함께 평균타수 1위, 올해의 선수,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트로피를 나눠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평정까지 2년이면 충분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주요 부문 타이틀을 휩쓸며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고진영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GC(파72)에서 끝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공동 11위로 마감했다. 시즌 최종전 우승자 김세영(26·미래에셋)에게 스포트라이트의 일부를 양보했지만 상금과 평균타수 1위 자리를 지켜내 전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이미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 주요 타이틀을 독식했고 한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도 손에 넣었다.
시즌 4승(통산 6승)을 올린 고진영은 상금 277만3,894달러를 쌓아 한국 선수로는 2009년 신지애, 2010년 최나연, 2012년과 2013년 박인비, 2017년 박성현에 이어 통산 6번째 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평균 타수에서는 69.062타를 기록해 69.408타의 김효주(24·롯데)를 제치고 1위에 올라 베어 트로피를 받았다. 세계 1위 자격으로 한 시즌에 올해의 선수,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휩쓴 선수는 2007·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2011년 쩡야니(대만), 지난해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이어 올해 고진영이 네 번째다. 고진영은 한 시즌 선수들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글로브 레이스에서도 1위를 달렸으나 올해부터 이 대회 우승자가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트로피 개수를 하나 더 늘리지는 못했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고진영이 진짜 무서운 것은 그가 꾸준히 진화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은 늘 상금랭킹 2~8위에 들었지만 ‘1인자’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첫해 김효주와 백규정, 2년 차 때는 전인지, 3년 차 때는 박성현에게 밀렸다. 하지만 2017년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 무대 입성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지 불과 1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고진영은 KLPGA 투어 홈페이지의 자기소개 항목에 “지고는 못 살고 남이 잘하는 부분을 내 것으로 꼭 만들려고 하는 성격”이라고 적었다. 마치 경험과 딥러닝(심층학습)으로 스스로 능력을 키우는 인공지능(AI)처럼 성장에 끝이 없어 보인다. 만족을 모르는 열정도 강점이다. 이날 고진영은 “누구보다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시즌을 보내 영광”이라면서도 “아직은 조금 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인 만큼 골프와 스윙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진영과 김세영 등을 앞세운 한국 군단은 올해도 초강세를 이어갔다. 시즌 32개 대회에서 15승을 거둬 2015·2017년의 최다승 합작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이 6승, 호주·일본이 3승씩으로 뒤를 따랐지만 압도적인 우위다. 내용 면에서도 지배적이었다. 고진영이 주요 타이틀을 석권했고 김세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CME글로브 레이스 챔피언에 올랐다. 이정은(23·대방건설)은 5년 연속 한국 선수 신인왕 계보를 이었으며 5개 메이저에서도 고진영(ANA 인스퍼레이션, 에비앙 챔피언십)과 이정은(US 오픈)이 3개의 트로피를 가져왔다. 상금 1~3위(고진영·김세영·이정은), 평균타수 1~2위(고진영·김효주)도 한국 선수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