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풍선효과 벌써 시작됐나

"9억원 미만 집 없나" 문의 줄이어
현금부자는 '고가 쓸어담기' 조짐

18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게시판에 지난 1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붙어 있다./성형주기자

# 서울 노원구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김모씨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대부분 지역이 실거래가 9억원 미만이어서 비교적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운데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곳이다 보니 저가 매물을 노린 매수 문의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노원구와 도봉구 등은 이번 규제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은 지역이라고 여기기 때문인지 매수 계획을 세웠던 수요자들이 돌아서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고 전했다.



12·16대책에 따른 ‘풍선효과’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시가 9억원 이하 매물로의 쏠림과 함께 한편에서는 현금부자를 중심으로 15억원 이상 알짜 매물의 급매를 잡으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준신축급인 프라이어팰리스 전용면적 59㎡는 8억원대 중반 수준이던 호가가 부동산대책 발표 후 9억원 이상으로 수천만원 치솟았다. 지난달 8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현재 9억2,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9억원 미만 매물들은 최대한 9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매물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호가가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 신축급 단지들이 몰린 신금호역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반사이익을 얻을지 모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강남이나 마포·용산구 등지에서 15억원 안팎의 매물을 노리던 수요가 12억~13억원대 매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신금호 파크자이의 한 주민은 “대출이 아예 끊기는 15억원대 아래에서는 ‘갭 메우기’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이 금지된 고가 매물을 담으려는 현금부자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T공인중개사 대표 김모씨는 “매수·매도 문의가 모두 늘어나고 있다”며 “집을 팔아서 현금을 쥐고 있는 무주택자들의 문의가 많다. 자금력이 있어 집을 사면 향후 10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당장은 거래가 끊기면서 조정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9억원 이하 매물이 몰린 서울 외곽 지역은 오히려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강력하게 규제하면 시장 전반이 안 좋아지는 만큼 오히려 ‘기대감 있는 시장’이라고 보이는 핵심 지역에 무리를 해서라도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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