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팹의 대량생산(램프 업)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서 8월로 한 차례 미뤄 팹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대량양산 시기까지 미뤄지며 중국 업체들에 추격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광저우 OLED 팹 대량양산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멀티모델글래스(MMG) 공정의 수율이 여전히 대량생산이 가능한 90%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MMG는 하나의 유리원장에서 다양한 크기의 패널을 동시에 생산해내는 방식이다. 현재 50~60%가량으로 알려진 전체 생산라인의 수율을 90%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대량양산 시기에 대해 “내년 상반기 말까지는 너무 늦다”고 말하며 사실상 대량양산 시기를 내년 1·4분기 이후로 미뤘다. 정 사장은 LCD 구조조정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조만간 열리는 CES에 참석해 광저우 팹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LC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대량생산이 미뤄지며 자칫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의 3위 디스플레이 업체 HKC는 후난성 창사시에 오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8.6세대 대형 OLED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HKC가 이른 준공에 이어 램프 업까지 수월히 이룬다면 대량생산 시기 차이가 최소 6개월로 좁혀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7년 2월 허페이에 OLED TV 연구를 위한 8세대 파일럿 라인을 설립한 중국 1위 BOE도 연말 시제품을 내놓으며 대량생산 시기를 점치고 있다. 이달 BOE는 자체기술 콘퍼런스를 통해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 55인치 크기의 8K OLED TV 패널을 시연했다. 지난해 4K 해상도의 제품을 선보인 것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LCD 감산에 적극 나서며 LCD 패널 가격 하락이 멈춘 것도 중국 업체들에는 호재다.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10월 하락세가 멈춘 뒤 지난달에도 160달러를 유지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LCD 시장 패권을 중국이 쥐고 있는 이상 LCD 가격 상승은 중국 업체들이 출혈 없이 OLED로 전환하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