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2,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경기침체에 노동비용 및 규제 증가로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소비둔화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부동산시장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전년동기 대비 6.5% 증가한 2,003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대출은 물론 부동산펀드·리츠(REITs) 등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의 자산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익스포저도 확대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 비율은 105.1%로 상승했다. 한은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익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시중자금이 부동산 및 고위험 자산으로 확대 유입되고 금융 불균형이 축적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익스포저 중 가계여신은 1,049조6,000억원이며 기업여신은 부동산업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확대로 1년 새 36.6%나 늘어난 73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 상품은 부동산펀드 및 리츠 증가로 11.0% 늘어난 219조7,000억원이었다. 비은행 부문 익스포저는 2014년 말 32.6%에서 2019년 9월 말 49.6%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면 49.8%까지 상승한다. 이에 따라 1,000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자금이 기업 투자로 흘러가도록 정책전환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신용위기가 발생하므로 부동산 쏠림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금융위기에 유의해야 한다”며 “위기가 생기면 다시 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기업대출 규모가 역대 최고치인 1,200조원에 육박하고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른 점도 우려했다. /황정원·조양준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