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전 세계 43개국 중 3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인건비와 재료비 등 생존을 위한 운영자금 위주로 기업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보면 올해 2·4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99.3%로 전 분기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가장 상승폭이 큰 국가는 싱가포르로 116.6%에서 119.5%로 2.9%포인트 올랐다. 칠레가 전 분기 대비 2.2%포인트 오른 101.3%를 기록해 2위로 나타났으며 한국이 3위였다.


일본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01.6%로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올랐고 미국은 75.0%로 비율이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은 155.5%에서 154.5%로 1.0% 하락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의 절대적인 수치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프랑스·스위스·일본 등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물론 중국·칠레 등 일부 개도국보다도 낮다. 수준 자체는 높지 않으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빠르게 늘어난 기업의 빚은 투자보다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 기업 운전자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통계를 보면 운전자금 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2·4분기 4.0%에서 올해 2·4분기 7.4%로 올랐다. 반대로 설비투자와 관련이 깊은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10.3%에서 7.5%로 낮아졌다. 특히 3·4분기 들어서는 운전자금 대출 증가율이 7.3%인 반면 시설자금은 6.5%까지 낮아지며 운전자금 대출 증가세가 시설자금을 앞서게 됐다. 업황이 나빠지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운전자금 대출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부진 속에 기업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부채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신흥국 중에서는 한국과 브라질·인도·터키 은행이 부실 자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