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국비라도 따내야"…'예산 관료' 지자체서 러브콜

■ 세종시 돋보기
총선 출마로 지자체 고위급 공석
기재부 예산라인 출신 속속 입성
"중앙부처 경험, 도정 활용 효과"
일각 "예산 따내기 포석" 분석도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가 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힘펠 제로에너지 신사옥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예산 관료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중앙부처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도정(道政)에 활용하려는 목적과 함께 ‘슈퍼 갑’인 기재부 예산실을 상대로 한 일종의 브릿지(bridge)로 활용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타 부처에 비해 인사 적체가 유독 심각한 까닭에 울며 겨자 먹기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9일 관가에 따르면 성일홍(행시 37회) 기재부 혁신성장추진단장이 지난달 충청북도 경제부지사로 이동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호흡을 맞춰온 이장섭 부지사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퇴임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성 부지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옛 기획예산처 출신인 성 부지사는 관료생활의 대부분을 예산 라인에서 있었다. 같은 달 기재부 출신인 박성훈(37회)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부산시 경제부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박 부지사는 기재부 본부 근무 기간은 길지 않지만 성 부지사와 마찬가지로 기획예산처 근무 이력이 있다. 우병렬(35회) 기재부 장기전략국장도 다음 주께 강원도 부지사로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만호 부지사가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나면서 우 국장이 이동하는 것이다. 우 국장은 역시 기획예산처에서 근무 경험이 있다. 사상 처음으로 기재부 출신 고위 공무원을 부지사로 맞는 강원도는 국비를 따내야 하는 각종 예산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우범기(35회) 당시 기재부 장기전략국장이 전북 정무부지사로 자리를 옮겼고, 2018년에는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고위 공무원)까지 지낸 윤병태(36회) 씨가 전남 정무부지사로 갔다. 조인철(40회) 현 광주광역시 경제부지사 역시 예산실 출신이다.

예산 관료들의 지자체행이 활발해진 것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지방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을 개정한 영향이 있다. 규정이 바뀌면서 별도 공고 절차 없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외부 인사를 끌어올 수 있게 됐다. 규정 개정이 지방 경기를 예산 투입 사업으로 살려보려는 지자체의 예산 관료 영입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왕왕 기재부 출신이 지자체로 이동한 경우가 있지만 유독 최근 줄을 이은 것은 지방 경기가 가라앉은 영향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을 통한 국비 지원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예산 관료가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시 박 부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비 확보는 물론 정부부처 협조가 필요한 부산 현안 해결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여타 부처에 비해 인사 적체가 만성화되다 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외부 이동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기재부와 타 부처 장·차관 간에 행시 기수가 역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윤모(32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보다 김용범(30회) 기재부 1차관의 기수가 높고, 김현준(35회) 국세청장(차관급)은 기재부 국장급과 행시 동기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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