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나온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지난 몇 달 동안 미국과 중국의 집중적인 무역과 통화 협상은 중국의 구조개혁과 함께 1단계 협정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경쟁을 위해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강제력 있는 약속을 했고 이와 관련한 정보도 발표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난해 9월 달러당 7.18위안까지 절하됐던 위안화가 현재 달러당 약 6.93위안에 거래되고 있어 재무부는 중국을 더 이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재무부의 설명을 보면 환율협상이 무역합의와 직접 관계돼 있다는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1단계 무역합의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구입하고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를 취할 예정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중국에 주겠다는 의도다.
환율 공시 강화와 위안화 포치(1달러=7위안) 문제 해결도 미국 정부를 움직인 요인이다. 중국과의 상품수지 적자가 지난해 10월 278억달러에서 11월 256억달러로 7.9%나 감소해 무역적자폭이 줄어드는 것도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는 멍에를 벗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환율조작국 지정 후 미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이 문제를 협의하게 돼 있는데 IMF는 중국이 자국 통화를 조작했다는 결론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정치적 협상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을 당시 재무부는 1988년 만들어진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삼았다. 종합무역법은 지정요건이 명백한 2015년의 교역촉진법과 달리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및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준으로 한다. 사실상 미국 마음대로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합의가 뜻대로 되지 않자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냈다는 게 정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명분이 없다고 백악관에 여러 차례 말했다”며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통상협상에서 상대국에 치명적일 수 있는 환율조작국 카드를 과도하게 휘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감독한 마크 소벨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노골적인 정치행위를 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환율보고서의 진실성을 떨어뜨린다”며 “앞으로 다른 이들이 이 선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는 베트남과 태국처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템퍼스의 외환전략가 존 도일은 “무역거래를 마무리 짓기 위한 지렛대로 환율보고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시장이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경우 환율조작국 지정의 무게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