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해남] 지는 해에 손흔드니…뜨는 해가 손짓하네

■'한반도 땅끝' 전남 해남
해넘이-해돋이 이어지는 땅
미황사서 저무는 해 감상하고
달마산 도솔암 오르면 해 두둥실
산 중턱 달마고도 따라 거닐면
완도대교와 남창 포구 한눈에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한반도 육지 중 최남단으로 바다를 향해 돌출해 있는 이곳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서 있노라면 왼쪽으로 해가 떠서 오른쪽으로 해가 진다. 땅끝 맴섬은 일출을 볼 수 있는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사진제공=해남군청

땅끝마을 해남군의 맴섬은 일출을 볼 수 있는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사진제공=해남군청

땅끝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한반도 육지 중 최남단으로 바다를 향해 돌출해 있는 이곳은 남쪽을 바라보고 서 있노라면 왼쪽으로 해가 떠서 오른쪽으로 해가 진다. 그래서 땅끝마을 해남에서는 해넘이에 이어 해돋이가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말일과 새해 첫날에도 축제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해넘이를 보기 위해 서해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동해로 몰려 다니지만 해남으로 가면 한 번에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0년 새해는 ‘해남 방문의 해’여서 연중 축제와 수많은 이벤트가 계획돼 있다. 예로부터 미각이 발달해 맛집이 널려 있는데다 볼거리까지 더해 올 한 해 해남으로 향하는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명절 설을 앞두고 해맞이를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해남을 다시 찾아봤다.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한반도 육지 중 최남단으로 바다를 향해 돌출해 있는 이곳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서 있노라면 왼쪽으로 해가 떠서 오른쪽으로 해가 진다. 땅끝 맴섬은 일출을 볼 수 있는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사진제공=해남군청

‘한양천리’와 ‘삼천리금수강산’의 시발점은 해남이다. 북위 34도17분32초, 바로 이곳 땅끝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서울까지는 1,000리이고 국토의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군까지는 3,000리 거리다. 그야말로 국토종단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해남의 해넘이 포인트로는 달마산 미황사가 압권이다. 미황사는 우리나라의 육지에 있는 사찰 가운데 최남단에 위치한 절로 대웅전 안에 1,000명의 부처 그림이 유명한데 절이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뒤로 칼날처럼 솟아 있는 달마산의 봉우리를 등지고 서서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 송지면 미황사길 164.

미황사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등 뒤로 칼날처럼 솟아 있는 달마산의 봉우리를 등지고 서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 /우현석기자

바닷가에서 낙조를 보고 싶다면 대죽리 해변이 좋다. 대섬은 조수간만에 따라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는 바위섬으로 그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는 낙조 포인트다. 송지면 땅끝해안로 1363.


달마산 도솔암에서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다. 도솔봉까지 도로가 나 있어 차로 올라갈 수 있는데 길이 끝나는 군부대 앞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왼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로 20분쯤 걸어 들어가면 바위틈에 비집고 들어선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곳이 도솔암이다.

도솔암에서 바라 본 서해 다도해. 앞에 있는 섬이 어불도와 어란진이며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진도다. /우현석기자

도솔암은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수행하던 암자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던 것을 여러 차례 복원하려고 했으나 험한 지형 탓에 미뤄오다가 지난 2002년 6월 오대산 월정사에 있던 법조 스님이 사흘간 연달아 이곳 꿈을 꾼 후 찾아와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 중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좁은 바위틈에 들어선 암자라 규모는 작지만 이곳까지 가는 길 양쪽으로 펼쳐진 전망과 풍광이 수려하다.

대한민국 어느 구석이라도 겨울에는 눈 구경 말고는 이렇다 할 풍광이 없지만 해남에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남에는 달마고도(達摩古道)가 있기 때문이다. 달마고도는 달마산을 일주하는 둘레길로 이 길은 숲이 우거진 여름보다 지금 같은 겨울에 걸어보는 것이 좋다. 달마산은 칼날 같은 바위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골산(骨山)인데 숲이 우거진 여름에는 나뭇잎에 가려 암벽과 능선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겨울에 나뭇가지들이 잎새들을 벗어버리면 금강산을 뺨치는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달마고도는 한반도 최남단 해남 땅끝에 솟아난 해발 489m의 달마산 중턱에 나 있는 옛길로 열두 개의 암자를 연결하는 암자순례 길이기도 하다. 길의 평균 고도는 200~350m로 달마산의 7부 능선을 따라 걷는데 산세는 험해도 길은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을 뿐 어렵지 않다. 나무데크 같은 인공시설물 하나 없이 순수하게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만든 길로 하루 평균 40여명씩, 9개월 동안 연인원 1만여명이 투입돼 닦은 자연 친화적 등산로다. 1구간은 미황사에서 큰바람재까지 2.7㎞로 1시간이 소요되며 2구간은 북평면 이진마을에서 미황사로 넘어오는 큰바람재에서 노지랑골 사거리까지 4.4㎞로 2시간 남짓 걸리는데 땅끝의 완도대교와 옛날 제주도를 왕래하던 포구인 남창이 내려다보이는 코스다.

3구간은 노지랑골 사거리에서 몰고리재까지 5.6㎞. 노간주나무 고목과 편백숲을 지나 2시간30분가량 가는 코스다. 4구간은 몰고리재에서 출발점이었던 미황사까지 5.3㎞로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절벽 위의 암자 도솔암과 용담골·삼나무숲·부도밭을 지나게 된다.
/글·사진(해남)=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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