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풀 HD급 화질의 영화 82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용 3세대 초고속 D램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 양산한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세대 초고속 D램을 앞세워 차세대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HBM D램을 양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슈퍼컴퓨터는 물론 5세대(5G) 이동통신, AI와 자율주행차 등에 필수적인 프리미엄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6기가바이트(GB) 용량의 3세대 HBM2E D램 ‘플래시볼트’를 출시했다고 4일 밝혔다. 기존 2세대 제품보다 속도와 용량이 각각 1.3배, 2배 향상됐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초고속 D램 ‘플래시볼트’.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세대 8GB HBM2 D램 ‘아쿠아볼트’를 업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한 지 2년 만에 3세대 제품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 초격차를 이어나가고 있다.
HBM은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해 기존의 금선을 이용한 일반 D램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TSV 기술은 D램 칩을 일반 종이 두께의 절반 수준으로 깎은 뒤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위아래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한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플래시볼트는 1개의 버퍼 칩 위에 16기가비트(Gb) D램 칩(10나노급) 8개를 쌓아 16GB 용량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고객 시스템에서 최고 용량, 최고 속도, 초절전 등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이 제품은 신호전송 최적화 회로 설계를 통해 총 1,024개의 데이터 전달 통로에서 초당 3.2Gb의 속도로 410GB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풀HD(5GB) 영화 82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초당 2.4Gb의 속도로 영화 61편 전송이 가능했던 2세대 HBM2에 비해 초당 영화 21편을 더 보낼 수 있다.
또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초당 4.2Gb까지 데이터 전달 속도를 높일 수 있어 향후 특정 분야의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538GB를 1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세대 제품과 비교할 경우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1.75배 향상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 제품을 양산해 기존 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과 고성능 그래픽 시스템을 개선하고 슈퍼컴퓨터의 성능 한계를 극복해 차세대 고성능 시스템 적기 개발에 기여할 계획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역대 최고 성능의 차세대 D램 패키지 출시로 빠르게 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더욱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독보적인 사업 역량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고객들에게 아쿠아볼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차세대 시스템 개발 협력을 강화해 플래시볼트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