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그룹 지주사 한진칼(180640)의 1대 주주인 KCGI가 지분 공동 보유에 관한 별도 입장을 밝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연대한 것은 가족 간의 분쟁이 아니라 특정 대주주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경영진이 그동안 주주들에 대해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세력”으로 평가해왔다며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표심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KCGI는 6일 ‘(지분)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번 지분 공동 보유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KCGI는 지난 31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손잡은 것을 발표할 당시 공동 입장문 외에 개별 입장은 내지 않았었다.
KCGI는 3월 한진칼 주총에 대해 “단순히 가족 간 분쟁이 아니다”며 “한진그룹이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준법경영체제 확립하고 안정적인 경영환경 속에서 임직원의 근무 만족도, 자존감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인 한진칼 경영진에 대해서도 정면 비판했다. KCGI는 “2019년 정기 주총을 앞두고 미봉책으로 경영발전 방안을 내놨지만 지난 1년간 경영개선에 관한 의지나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3·4분기 말 부채비율은 922%에 달하는 등 경영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KCGI는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등에 책임 경영 체제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고 요구했지만,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시했다”며 “뒤늦게 새로운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고 주주들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세력으로 보는 시각으로는 진정한 개선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KCGI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연대한 것이 밝혀진 이후 대한항공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런 입장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생일을 축하한다며, 일과 후 직원들을 거의 한 달 동안 남겨 재롱잔치 연습을 시키던 임원들의 작태가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는 폭로글이 공개된 바 있다. KCGI가 현 경영진 교체를 위해 일종의 수단으로 조 전 부사장과 손잡았지만, 오히려 이점이 KCGI에게는 약점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진칼 지분 3.8%를 보유한 대한항공 사우회도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KCGI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만큼 현 경영진에 대한 비판 여론 조성을 위해 과격한 단어를 사용한 자료를 낸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CGI가 3월 한진칼 이사회를 가족간 분쟁이 아닌 경영진 교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대의를 위한 장으로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따라 소액 주주 표심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