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호주산불이 호주 전역을 잿더미로 뒤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 남한 면적의 절반 이상이 불에 탔고, 인명과 재산 손실은 물론 생태계 파괴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호주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산림이 다시 흡수하려면 10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고온 건조한 날씨 때문에 시작된 이번 산불은 다시 대량의 온실가스를 뿜어내며 지구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산불이 ‘기후재앙’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형 산불은 호주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아마존, 시베리아까지 세계 곳곳을 덮쳤다. 허리케인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도 각지에서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 유엔 산하 과학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가 올라갔다. 앞으로 기온이 0.5도 더 올라가면 지구 생명체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생물종의 멸종이 계속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속도가 금세기 말까지 모든 종의 절반 이상을 제거하기에 충분할 만큼 빠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글로벌 그린 뉴딜’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혁명, ‘그린 뉴딜’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리프킨은 인류가 당장 문명의 방향을 급진적으로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화석연료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다가올 재앙을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 가량 줄여야 하는데, 이는 곧 글로벌 경제와 사회, 삶의 방식을 인간 역사상 전례 없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이 책에서 제시하는 ‘그린 뉴딜’은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혁명이다. 1930년대 대공황 타개를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정책과 유사한 비상대책이라는 의미로, 친환경 녹색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책은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큰 4대 부문으로 정보통신기술(ICT)와 텔레콤, 전력 및 전기 유틸리티, 운송 및 물류, 건축물을 꼽는다. 이들 부문은 화석연료 산업과 결별하고, 저렴하고 새로운 그린 에너지를 채택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송유관과 해양 플랫폼, 저장시설, 석유화학 공장시설 등 화석연료 산업 안에서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리프킨은 화석연료 문명의 붕괴가 현실화될 티핑포인트로 2028년을 지목하고 있다.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시작됐다. 세계 경제의 주요 부문들이 화석연료에서 이탈하고 저렴해지는 태양력 및 풍력 에너지 등 대체에너지로 갈아타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는 내연기관인 자동차가 전기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애플은 2018년 4월 세계 곳곳에 산재한 자사의 모든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로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7년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으며 관련 인프라에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페이스북도 같은 해 향후 건립하는 모든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한다고 선언했다.
리프킨은 이러한 변화가 화석연료에서 녹색에너지로 옮겨가는 ‘3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한다. 디지털화한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태양열 및 풍력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디지털화한 재생에너지 인터넷, 그리고 녹색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 및 연료전지, 자율주행차량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화한 운송 및 물류 인터넷이 바로 그 중심이다. 리프킨은 그린 뉴딜 정책이 미 연방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탄소세 인상과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 스마트 전력 그리드 인프라 준비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밀레니엄와 Z세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리프킨의 주장이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멸종 위기의 생물종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미 깨닫기 시작한 젊은 세대는 실용주의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기성세대에 앞서 환경문제의 위험을 직시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젊은 세대가 국가의 방향을 돌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어젠다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촉구해야 하는 강력한 탄원이다.’ 1만8,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