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501 신종 코로나감염증 확산 현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8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홍콩·마카오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 정부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환자(43명)가 발생한 싱가포르의 오염지역 지정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28번 환자의 경우 기존 환자와 접촉한 지 17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아 이유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본토 외 홍콩·마카오도 12일 0시부터 오염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전용입국장을 통과해 개별적으로 체온검사를 받고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국내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으면 입국이 금지된다.
한편 이날 발생한 28번 확진자는 지난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3번 환자(55세 한국 남자)의 접촉자로 자가격리 중이던 30세 중국인 여성이다. 이 환자는 3번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뒤 함께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등 대부분의 일정을 공유했고 지난달 25일 마지막으로 만났다. 마지막 접촉 후 17일 만의 확진 판정인 셈이다. 잠복기가 끝나고 격리가 해제되는 시점인 8일 확진 검사를 시행했으나 아주 약한 양성 반응이 나와 두 차례 더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10일 양성으로 판정돼 명지병원에 입원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며 “나이가 어린 만큼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도 증상 없이 넘어가는 ‘무증상 감염’이거나 (성형외과에서) 의학적 처치 이후 복용하던 진통 소염제 때문에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우영탁·이주원기자 tak@sedaily.com
무증상 감염? 잠복기 이후 발병?…28번 환자 ‘코로나 미스터리’
[신종 코로나 비상]
3번 환자와 마지막 접촉 16일 만에 확진…잠복기 더 길 수도
뚜렷한 증상도 없어…당국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배제 못해”
43명 확진 싱가포르도 예의주시…특별입국절차 시행할 수도
11일 국내 2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격리된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한 방문객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8번 환자가 감염원 접촉 이후 뚜렷한 증상 없이 17일 만에 확진됐다. 28번 환자가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3번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날은 지난달 25일이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가 ‘14일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무증상 감염’이 나타났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1일 “3번 환자와 28번 환자는 국내의 동선이 거의 일치한다”며 “가장 가깝게 밀접접촉한 지인”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적의 30세 여성인 28번 환자는 한국 국적의 54세 남성인 3번 환자와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3번 환자는 우한 패션센터인 ‘더 플레이스’에서 근무했으며 22일부터 증상이 나타나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8번 환자는 3번 환자와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3번 환자는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와 음식점,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음식점과 카페 등을 방문했다.두 환자는 지난달 25일 3번 환자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접촉했다. 17일이나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는 통상 14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28번 환자 사례를 잠복기 이후 발병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28번 환자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복용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대개 신종 코로나의 경우 감염 이후 3일 뒤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복용한 약물 때문에 증상이 숨겨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끈 연구진은 최신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는 중간값이 3.0일이며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본부장은 “증상이 숨겨졌다면 그 시기에는 전염력이 있다”며 “이 경우 3번 환자의 어머니가 가장 위험하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나이가 어릴 경우 면역력이 강해 감염돼도 아무런 증상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사스나 메르스에 감염된 어린이들은 극히 드물었으며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항생제와 소염진통제의 약효는 보통 복용 하루 뒤면 사라진다”며 “28번 환자의 나이가 젊은 만큼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주치의와 환자의 심층 인터뷰 이후 상세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2일 오전0시부터는 홍콩과 마카오를 다녀오는 내·외국인도 ‘특별입국절차’가 진행 중인 중국과 동일한 입국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입국 시 ‘건강상태질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중국전용입국장을 이용해야 한다. 국내에서의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으면 입국이 금지되고 1대1 발열체크와 역학조사도 거쳐야 한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부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중국 전역으로 오염지역을 확대 지정하고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한 바 있다.
방역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홍콩과 마카오에서 확진 환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의하면 홍콩에서는 환자 36명(사망 1명)이 발생했고 마카오는 환자가 10명 발생했다. 특히 이들 지역은 26번·27번 환자가 다녀온 광둥성과 인접한 지역인 만큼 이 지역을 경유한 환자 유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본부장은 “홍콩은 초창기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환자가 많았지만 현재는 본토와 상관없는 사례가 잇따라 생기고 있다”면서 “지역사회 내 자체적인 감염의 확산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확진자 수가 43명까지 늘어난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국내 17번·19번 환자가 다녀온 후 양성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는 국가다. 정 본부장은 “(오염지역 추가 지정 시) 그 다음은 아마 환자가 많은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실장급(재난협력실장)인 대책지원본부장을 차관급(재난안전관리본부장)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자가격리자 관리와 제3차 우한 교민 귀국 지원을 위해서다. 과장급인 1개 실무반을 국장급 5개 실무반으로 확대 편성하고 17개 시도별 지역담당관을 과장급으로 지정, 운영해 감시체계를 강화한다. 아울러 이탈자 발생을 대비해 질병관리본부·자치단체·소방·경찰 등 유관기관과 합동 신속대응을 위한 협조체계도 구축한다.
/세종=우영탁·이주원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