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003490)이 이사 선임 방식 ‘3분의2 룰’을 변경한다. 이는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으로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은 이로 인해 재선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 선임 방식을 변경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내년 3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선제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현재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다수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1999년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잦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이 ‘3분의2 룰’로 지난해 3월 고(故)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 64.09%, 반대 35.91%로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지분 2.6%가 부족해 주주들의 손에 밀려난 사상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이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사항이라 올해 주총에서 참석 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현재 대한항공의 대주주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로 보통주 기준 29.9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 관계인까지 포함하면 33.37%다. 지난해 조양호 회장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여전히 11%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